"하루 한 끼, 죄인처럼 일해"…日강제동원 증언 육성 42년만에 공개

광주 출신 고 이재용씨 1984년 녹음…미군공습·굶주림 등 참상 전해
딸 이연주씨 "우리 민족 일본에 고통받던 역사적 사실 더 기억됐으면"

일제강제동원된 고(故) 이재용 씨 녹음테이프의 모습.(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일제강점기 남태평양 밀리환초에 강제동원된 피해자의 육성녹음이 42년 만에 공개됐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22일 고 이재용 씨가 1984년 남긴 육성녹음테이프와 녹취록을 유족으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하루에 한 끼밖에 안 주고 죄인처럼 일했다"며 당시 강제동원 노역의 힘겨웠던 상황 등이 담겨 있다.

1908년 광주 양림동에서 태어난 이 씨는 1942년 3월 일본 해군 군속으로 강제동원됐다. 부산항에서 수송선에 오른 그는 5600㎞ 떨어진 남태평양 마셜제도 밀리환초에 배치됐다.

이 씨는 현지에서 비행장 활주로 건설 등에 동원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녹음에서 "일 잘하면 조선(고향)을 쉽게 보내준다고 그랬는데 아무리 일을 잘해도 안 내보내 줬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에 한 끼밖에 안 주고 죄인처럼 일을 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 씨는 미군공습을 피해 방공호로 몸을 피했던 상황도 증언했다. 1944년 미군이 일본군 보급로를 차단하면서 밀리환초에서는 극심한 식량난이 이어졌고 이 씨는 이듬해 4월 일본군에서 이탈해 미군포로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하와이 포로수용소에 머물다 1946년 2월 인천항을 통해 귀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 이주연 씨(70·여)는 "우리 민족이 일본 때문에 고통받았던 역사적 사실이 한 사람에게라도 더 기억됐으면 하는 마음에 자료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밀리환초에서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최소 218명 숨지거나 실종됐으며 피해자 대부분은 전남 출신으로 파악됐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