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에 소화기 난사"… 인권단체, 고용허가제 개편 촉구

고흥군 "긴급 전수점검 및 인권 침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22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전남광주 고흥군 어선 이주노동자 소화기 난사와 관련해 고용당국의 엄중 수사와 사업장 변경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조수민 기자

(광주=뉴스1) 조수민 기자 = 전남 고흥의 한 어선에서 고용주인 선주가 숙소까지 찾아와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을 향해 분말소화기를 무차별로 난사하고 임금을 체불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인권단체가 구조적 제도개선과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22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의 취약성을 악용한 구조적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단체는 최근 어업, 농업 등 전남광주 지역 전반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피해 노동자들이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환경에서 뙤약볕 속 장시간 노동과 계약 외 업무에 시달렸으며, 휴식을 취한다는 이유로 외딴섬 유배 협박을 받고 숙소까지 찾아온 선주로부터 분말소화기 난사 폭행까지 당했다고 규탄했다.

단체는 "피해 노동자는 지난 7월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해 통발 문어잡이 계약을 맺었으나, 실제로는 계약에 없는 꽃게잡이와 그물 정비 등 고강도 업무에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으며, 지난 8월 발생한 220만 원의 임금 중 100만 원만 지급받는 등 심각한 임금체불도 겪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폭행 당시 B 씨 등은 소화기 분말을 다량 흡입해 호흡곤란과 메스꺼움을 느꼈고, 눈이 충혈되는 등의 신체적 피해와 함께 건강보험 부재로 인한 병원비 부담을 우려해 인공눈물에 의존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현재 피해 노동자들은 진료 등을 받으며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네트워크는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을 받는 선주에 대한 즉각적인 구속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영암군 돼지축사사건이나 나주 벽돌공장사건 등을 언급하며, 이번 사건이 이주노동자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로막는 고용허가제 전반의 제도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사업장의 이주노동자 고용 전면 불허, 피해자들을 비롯한 해당 사업장 소속 이주노동자 전원의 즉각적인 사업장변경 허용, 그리고 고용허가제를 '노동허가제'로 전면 개편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고흥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관내 어업 현장에서 발생한 이번 인권침해 의혹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오는 10월까지 관내 모든 어·농업 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통역원 동반 대면 면담을 포함한 긴급 전수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용주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 강화 및 인권침해 발생 시 외국인 근로자 배치 중단 등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적용하고 유관기관과의 인권 핫라인을 구축해 관리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덧붙였다.

sum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