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수사 경찰, 성범죄 부실대응 비난 우려에 살인죄로만 송치
국수본 최종 수사 결과 발표…지휘부 부당지시 확인
장윤기 부친 개입 확인 안 돼…축소·은폐 정황 없어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장윤기 살인 사건을 최초 수사했던 경찰이 외국인 여성 스토킹 사건의 부실 수사로 뭇매를 맞을 것을 우려해 사건을 축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동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장은 21일 광주경찰청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수사단은 지난 7월 5일부터 사건 관계자 등 44명을 대상으로 96차례 조사를 진행했다. 국가수사본부와 광주경찰청, 광주 광산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하고 통신·계좌 내역도 분석했다.
수사단은 사건 수사를 지휘한 전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송치했다. 사건을 담당한 전 강력팀장은 같은 혐의로 구속 송치했으며, 팀원 1명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송치했다.
경찰은 당시 수사 관계자들의 진술과 확보된 증거를 종합한 결과, 이들이 장윤기의 '강간 목적 살해' 혐의를 규명할 수 있었음에도 부당한 지시에 따라 사건을 형법상 살인 혐의로만 송치한 것으로 판단했다.
광산경찰서는 당초 살인사건과 강간·스토킹 사건을 형사과에서 병합 수사한 뒤 함께 송치하겠다고 국가수사본부에 요청했지만 국수본은 강간·스토킹 사건은 여성청소년과가, 살인사건은 형사과가 각각 수사하도록 기능별 분담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형사과장은 국가수사본부의 분리 수사 지시로 인해 강간 목적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가 방해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별수사단은 수사 과정에서 관련 증거가 다수 확보됐음에도 광산경찰서가 소극적으로 수사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다만 국가수사본부나 광주경찰청 차원에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특별수사단은 광산경찰서 지휘부가 사건을 축소한 배경에 경찰의 부실 대응을 둘러싼 사회적 비난과 징계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장윤기가 지난 5월 5일 살인사건을 저지른 지 이틀 만인 7일 그에 대한 스토킹 신고가 앞서 접수됐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이후 외국인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도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은 수사보고서에서 '외국인 여성' 관련 표현을 삭제하고 블랙박스 영상 분석 내용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는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미흡한 대처로 관계성 범죄 부실 대응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시기였다. 해당 사건으로 경찰서장이 대기발령되고 관련자 징계와 전수점검, 경보 발령 등이 이어지는 긴급한 상황이었다.
특별수사단은 광산경찰서장이 지난 5월 3일 접수된 장윤기의 스토킹 신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살인사건으로 이어졌다는 사회적 비난과 징계 등 불이익을 우려해 살인사건과 강간·스토킹 사건 사이의 관련성을 차단하려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밖에 장윤기 아버지와 경찰의 유착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 장윤기 아버지가 간이 면회와 통화 기회를 제공받고 차량 열쇠와 주거지 주소 등을 전달받는 등 일부 편의를 제공받은 사실은 확인됐지만 사건 축소·은폐를 위해 수사에 개입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나 큰아버지가 국가수사본부 또는 광주경찰청 관계자와 연락하거나 접촉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동욱 특별수사단장은 "이번 사건에서 제기된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했다"며 "스토킹 신고 접수·처리 과정에서 확인된 미흡한 조치는 감찰 부서에 통보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관련 부서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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