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두 아이 엄마" 해든이 판사,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인용 왜?

전국서 수백건 엄벌 탄원…재판장, 선고 전 이례적 부연
"형벌은 사회 복귀 위한 갱생의 기간"

광주고등법원. ⓒ 뉴스1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저 역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엄벌에 관해 많은 고심을 했습니다.(중략) 누구나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고 이를 헤아릴 필요가 있습니다."

생후 4개월 된 친아들 해든이(가명)를 잔혹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친모의 원심 무기징역을 징역 35년으로 감형한 항소심 재판장이 선고 직전 이례적으로 양형에 대한 고심을 토로했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 황진희 재판장은 25일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기소된 해든이 사건 친모 A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에 앞서 전국에서 재판부로 보내온 엄벌 탄원서를 언급했다.

황 재판장은 "전국에서 피고인들에 대해 엄벌을 탄원하는 많은 탄원서가 제출됐다. 피해 아동의 고통의 목소리를 대신해 엄벌을 탄원했다"며 "저 역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엄벌에 관해 많은 고심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 2000년 전 로마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이를 재해석한 책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을 언급하며 무기징역 대신 장기 유기징역을 선택한 이유를 부연했다.

황 재판장은 "잘못을 범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라며 "선이 본질적으로 아름답고 악은 추악하다는 것을 알지만,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도 우리와 같은 부족한 인간이며 무지한 탓에 본의 아니게 잘못을 저지른다. 누구나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고 이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결국 협력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과 사랑으로 서로 도와야 한다는 가치가 존중돼야 어떤 극한 상황이 오더라도 이성을 붙잡고 선을 알고 지킬 수 있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형벌의 의미를 범죄자를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배제하는 데만 둘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 재판장은 "형벌은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범죄자가 사회로 돌아오기 위한 갱생의 기간"이라며 "범죄자가 사회로 돌아와 안전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동체 감각의 육성"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또 피해 아동에 대한 학대를 방임한 친부 B 씨에 대해서는 1심의 징역 4년 6개월을 유지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전남 여수의 주거지에서 19차례에 걸쳐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학대한 끝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아이를 공중에 들어 침대에 던지거나 머리를 여러 차례 내려치고, 다리를 잡아 거꾸로 들어 올리는 등 학대를 반복했다. 사건 당일에는 아이가 대변을 봤다는 이유로 전신을 폭행하고 물을 틀어놓은 아기 욕조에 방치했다.

23군데에 골절상을 입은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폐출혈 등으로 숨졌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