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군장병들 땡볕 급수작전…회색빛 논바닥 흙빛 되찾았다

육군 31사단, 28일까지 나주·화순서 농업용수 지원
가뭄에 농사 망칠라…"국민의 군대, 어디든 달려가야"

육군 제31보병사단 장병들이 14일 전남광주 나주시 노안면의 한 논에서 가뭄 피해 최소화를 위한 급수지원 작전을 펼치고 있다. 2026.8.14 ⓒ 뉴스1 조수민 기자

(나주=뉴스1) 조수민 기자 =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으시는 농민 어르신들을 보니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군대인데, 주민들이 불러주시면 어디든 달려가야죠."

14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 노안면의 한 농경지. 땀방울로 전투복 상의가 검게 젖어 든 31사단 진종영 하사는 묵직한 급수 호스를 고쳐 쥐며 말했다.

그의 뒤편에서는 31사단 대형 급수차가 "윙∼" 하는 거친 엔진 소리를 내뿜고 있었다.

차량 탱크에서 끌어올린 주황색 호스 끝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자, 가마솥더위에 회색빛으로 바짝 마르고 갈라지던 논바닥이 서서히 촉촉한 흙빛을 되찾기 시작했다.

나주, 화순 일대에 폭염 특보와 극심한 가뭄이 겹치면서 육군 제31보병사단 장병들이 메마른 농경지를 살리기 위한 '급수 지원 작전'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날 31사단이 현장에 투입한 급수차 1대가 머금은 물은 모두 8500L(리터). 장병들은 인근 하천을 부지런히 오가며 급수 차량에 용수를 채워 넣었다.

뙤약볕 속에서 장병들은 장갑을 낀 채 호스를 거머쥐고 논마다 20~30분간 집중 급수 작업을 벌였다.

특히 지금은 벼 이삭이 나오는 수확 전 핵심 시기로, 용수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작물 생육이 정지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31사단 장병들의 손길은 단비와도 같았다.

현장에서 작업을 지켜보던 농민 홍은희 씨(75)는 "며칠째 지하수를 파며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지금이 이삭이 올라오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 걱정이 많다. 그나마 군 장병들이 물을 대주니 도움이 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육군 제31보병사단 장병들이 14일 전남광주 나주시 노안면의 한 논에서 가뭄 피해 최소화를 위한 급수지원 작전을 펼치고 있다. 2026.8.14 ⓒ 뉴스1 조수민 기자

이날 31사단이 펼친 급수 작전은 나주 노안면 논 일대를 비롯해 저수지가 바짝 마른 나주시 다도면 장암제 저수지, 화순 동복면 논 등 모두 3개 거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급수차 3대와 장병 12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이번 대민 지원은 극심한 가뭄 속 용수 고갈 우려가 커지자 지자체가 부대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부대는 요청 접수 후 즉시 현장 지형과 작업 안전성을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이튿날 곧바로 현장에 전력을 투입했다.

부대 관계자는 "폭염 속 작전이라 장병들의 온열 질환 예방 등 안전 관리에도 신경 쓰고 있다"며 "지역민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고 삶의 터전을 지키는 것은 군의 당연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31사단은 오는 28일까지 나주와 화순 등 가뭄 피해 우려 지역을 중심으로 급수 지원 작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sum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