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통령의 폴더인사…'이재용·최태원 생큐' 인색한 광주
지역 정치권, 李대통령 향한 감사나 자화자찬 현수막만
800조 투자 결정 기업에 감사 마음·환영 메시지 아쉬워
- 박영래 기자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님, 최태원 SK그룹 회장님! 호남권 800조 원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결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거리마다 이런 현수막 하나쯤 걸릴 수는 없는 걸까요?"
최근 기자가 만난 한 기업인의 하소연이자 당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 군공항 부지(250만 평)에 총 800조 원을 투입해 반도체 팹(Fab) 4기를 구축하는 메가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의 산업지도를 바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단일 지역 투자다.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그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거대한 기대감에 비해 이를 환영하는 광주 도심의 풍경은 인색하기 그지없다. 정치권이 내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감사 인사나, 지역 국회의원들의 자화자찬 현수막이 전부다.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호남에 과감한 결단을 내려준 삼성과 SK, 그리고 이재용·최태원 두 회장에 대한 감사의 문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정치권은 차치하더라도, 지역 경제단체나 시민단체마저 제작비 2만~3만 원짜리 감사 현수막 한 장 내걸지 않는 현실은 아쉬움을 남긴다.
해외에서는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감사를 표하기 위해 도시 이름까지 바꾼 사례가 흔하다. 일본 '도요타시'의 본래 이름은 '고로모시'였으나, 도요타 자동차의 대규모 공장 설립과 지역경제 기여를 기려 1959년 지자체명을 기업명으로 전격 교체했다. 대기업의 투자가 도시의 정체성을 바꾼 대표적 성공 사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허시(Hershey)' 역시 초콜릿 기업 허시의 창업자가 대규모 생산기지와 도시를 건설하며 지자체명으로 정착됐다.
국내 지자체들 역시 기업 우대에 적극적이다. 수원 영통, 화성 동탄, 평택 고덕 등 반도체 거점 지자체들은 핵심 사업장 인접 도로에 '삼성로', '삼성전자로'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울산시 또한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인근 도로를 '현대자동차로'로 지정해 기업의 지역 기여를 격려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여전히 일각에서는 광주의 '강성 노조' 이미지를 우려한다.
물론 기업들은 이번 투자는 풍부한 용지와 재생에너지 등 호남의 입지적 장점이 발판이 되었지만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전하는 구체적인 예우와 환영의 메시지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향후 산업단지 진입로를 '삼성반도체대로', 'SK하이닉스로' 같은 명예도로명을 부여해 지역사회의 강력한 환영 의지를 전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공항이나 KTX역 등 주요 교통 거점에 기업명을 부기명으로 활용해 글로벌 반도체 허브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이번 호남권 반도체 투자를 이끌어낸 두 총수에게 이재명 대통령이 진심을 담아 건넨 '90도 폴더 인사'는 단연 올해 최고의 장면이었다. 이제는 전남광주 지역사회가 그 인사에 응답할 차례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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