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값' 월 15만~25만 원, 그만두면 신고…외국인 라이더 '불법 굴레'
[외국인 불법배달 추적]③명의 제공 대가로 수수료 챙기는 업주들
"합법 근로 가능토록 제도 개선·동등한 노동자 인식 변화 필요"
- 안재영 기자,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안재영 박지현 기자 = #1 서울 소재 A 배달 영업 점주는 지인으로부터 배달 라이더용 애플리케이션 계정을 양도받았다. 이를 외국인 67명에게 대여하고 1인당 월 20~25만 원을 대가로 챙겼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이를 불법 고용으로 보고 A 점주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2 대전에 위치한 B 배달 영업 점주는 지인으로부터 받은 배달 라이더용 앱 계정을 외국인 62명에게 빌려줬다. 이 대가로 그는 1인당 월 15만 원을 받았는데, 대전출입국·외국인사무소 조사과는 이를 불법 고용으로 판단해서 B 점주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계정을 빌린 외국인 모두가 매달 이용료를 냈다고 단순 계산하면 A 점주는 월 1340만~1675만 원, B 점주는 월 930만 원을 챙긴 것으로 추산된다.
두 사례는 법무부가 지난 1~5월 실시한 '외국인 불법 라이더' 집중 단속 과정에서 적발한 배달 영업 점주의 불법 고용 사례 중 일부다.
이번 단속에서는 배달업에 불법 취업한 외국인 734명이 적발됐다. 지난해 1년간 적발된 67명의 약 11배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82명(38.4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원 172명(23.43%), 대전 43명(5.85%), 인천 40명(5.44%), 청주 29명(3.95%), 시흥 27명(3.67%), 부산 17명(2.31%), 대구 15명(2.04%), 안산·광주 각각 14명(1.9%)이었다. 그 외 지역에서도 81명(11.03%)이 적발됐다.
외국인 불법 라이더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는 사실이 단속 결과로 확인된 셈이다.
외국인이 불법으로 배달 일을 하도록 도운 배달 영업 점주도 16명 적발됐다. 이들은 타인 명의의 배달 앱 계정을 빌려주고 배달업에 종사할 수 없는 체류 자격을 가진 외국인을 고용한 혐의를 받는다.
점주들은 계정 이용료를 정액으로 받거나 외국인 라이더가 벌어들인 배달 수수료의 일부를 가져갔다.
이 같은 부당 계약이 유지되는 배경에는 계정 명의자와 실제 배달자가 같은 사람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플랫폼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비대면으로 배차와 정산이 이뤄지다 보니 타인 명의 계정을 사용해도 적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부 점주는 외국인 라이더의 불법 취업 사실을 약점으로 삼아 일을 그만두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광주 지역의 한 배달 기사는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신고하겠다는 업주의 협박 때문에 계속 일하는 외국인 라이더가 상당하다"며 "경쟁 업체에서 일하는 불법 외국인 배달 기사들의 정보를 요구하는 업주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외국인 배달 기사를 고용한 업체는 계정 대여 수익을 챙기면서 신고를 통해 경쟁 업체까지 견제할 수 있다"며 "내국인 라이더의 일감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외국인들이 불법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업계 구조도 안타깝다"고 했다.
음식점 업주들은 외국인 여부와 관계없이 플랫폼이 계정 명의자와 실제 배달 기사의 신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구의 한 음식점 주인은 "배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기사와 소통해야 하는데 제대로 응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별점 하락 등 피해는 음식점이 고스란히 떠안는다"며 "택시 애플리케이션에서 기사의 얼굴과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배달 플랫폼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광주 지역 노동계와 외국인 단체는 외국인 라이더의 불법 취업 사실을 약점으로 삼은 '신고 협박형 착취'를 끊으려면 제도 개선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국진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외국인 라이더에게 내국인이 기피하는 콜을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불법으로 일하다 보니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당사자 추방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어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단속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외국인 라이더가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이들을 동등한 노동자로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상용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노동자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배달 라이더는 이주노동자에게 특히 법적 보호가 취약한 분야"라며 "외국인도 허용된 취업 범위를 확인해야 하지만, 취업 비자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한 부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번 집중 단속을 계기로 타인 명의 계정 이용을 막기 위한 안면 인증 시스템 도입과 배달 영업점 관리 강화를 플랫폼 업체에 권고했다. 하지만 주요 플랫폼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제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jy87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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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전남광주 곳곳에서는 무자격 외국인 배달 라이더들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타인 명의 계정을 이용한 배달 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피해자가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피해를 보상받기도 쉽지 않다. 배달대행업체는 이 같은 구조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일부 업체는 출입국 당국과 유착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뉴스1>은 세 차례에 걸쳐 전남광주지역 외국인 불법배달의 실태와 그 원인, 제도적 해법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