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름·국적도 모르는 배달기사…사고치고 잠적하면 '막막'
[외국인 불법배달 추적]② 비대면 전달로 외국인 라이더 급증
쉬운 '명의 도용'도 한 몫…무보험 사고 피해·언어 장벽 골치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가장 큰 문제는 교통사고 이후죠. 불법 외국인 배달 기사 대부분 제대로 보험 가입도 안 돼 있어 피해를 회복하려면 손해배상 청구까지 가야할 수 있어요."
20년 차 보험업계 종사자 신 모 씨가 '불법 외국인 배달기사' 문제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4일 전남광주 서구 한 보험전문회사 앞에서 만난 신 씨는 "취업이 제한된 외국인의 배달 영업은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온 불법 관행"이라며 "보험업계 역시 이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의 배달업 종사는 엄격히 제한되나 불법이 만연해진 건, 배달 플랫폼과 대행 업체 성장으로 배달 구조가 사전 결제·비대면 전달로 바뀌면서다.
과거 치킨집이나 중국집 등 식당에서 배달 기사를 직접 고용했을 때는 음식을 주고 받고 값을 지불하기 위해 식당과 기사, 소비자의 대면이 이뤄졌다.
배달 플랫폼이 등장하면서부터 기사가 없는 곳도 대행 업체를 통해 배달 장사가 가능해졌고, 결제는 음식을 받기 전 플랫폼을 통해 먼저하는 게 일반화 됐다.
배달 기사 역할도 식당에 소속된 직원 개념이었던 과거와 달리 단순히 음식 전달자로 축소됐다. 대행 업계 관계자들은 이 덕에 외국인도 큰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타인 명의 계정에 접속해서 배차를 받을 번호만 자신의 것으로 바꾸면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도 문제로 꼽혔다.
지난 1~5월 '외국인 불법 배달 라이더' 집중 단속을 실시한 법무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플랫폼 업체에 신원 확인 방안 도입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외국인이 불법으로 배달일을 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교통사고라도 날 경우 피해 회복이 어렵다는 게 신 씨의 설명이다.
신 씨는 "배달용 오토바이는 대인 무한 배상과 대물 2000만원 이상 보장하는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배달 대행업체에서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일반 보험만 가입하거나 외국인들에게 개인용 오토바이를 주고 배달을 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가해자로부터 배상을 받지 못하면 수리비는 피해자가 자신의 자차보험으로 먼저 부담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다쳤을 경우에도 무보험차 상해 특약 등 본인이 가입한 보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마저도 없다면 직접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했다.
보험 처리 이전에 가해자조차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증언이다.
전남광주 광산구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10년차 배달 기사 이 모 씨는 "외국인 라이더가 사고를 내면 오토바이만 현장에 놔둔 채 도망가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피해를 본 운전자는 현장을 떠날 수도 없으니 꼼짝없이 발이 묶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대행업체 사장이나 명의를 빌려준 한국인이 나타나 사고를 처리하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고가 차량과 사고가 나거나 다친 사람이 있는 등 피해 규모가 커지면 잠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배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언어 장벽'으로 문의가 어렵다는 시민 불편도 이어지고 있다.
전남광주 북구 용봉동 주민 문아영 씨(36·여)는 "'용기(그릇)가 파손돼 음식물이 흘렀다'고 말했는데,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며 "재차 설명했지만 답변하는 말투가 매우 어눌했고 두건을 계속 쓴 채로 말해 외국인이라는 걸 직감했다"고 밝혔다.
문 씨는 "혼자 사는 여성 입장에선 등록된 기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집 앞까지 찾아온다는 것 자체가 무섭다"며 "배달 기사 관련 범죄도 종종 발생하는데, 실제로 오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게 가장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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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전남광주 곳곳에서는 무자격 외국인 배달 라이더들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타인 명의 계정을 이용한 배달 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피해자가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피해를 보상받기도 쉽지 않다. 배달대행업체는 이 같은 구조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일부 업체는 출입국 당국과 유착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뉴스1>은 세 차례에 걸쳐 전남광주지역 외국인 불법배달의 실태와 그 원인, 제도적 해법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