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반도체 날릴 텐가]① 이기주의 갇힌 현장에 '통합'은 없다
광주 군공항 이전·전남권 의대 유치, 밥그릇 싸움에 멈춰
특별시 첫 조직개편 화약고…"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우려
- 박영래 기자, 전원 기자
(광주=뉴스1) 박영래 전원 기자 = "무안군이 군 공항을 안 받는다고 하는 게 맞느냐. (군 공항 이전 관련) 합의가 된 게 있는데 합의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니냐."
4일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 이재명 대통령이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게 던진 일갈이다. 광주 군공항 부지에 반도체 공장을 들어서게 하는 메가 프로젝트의 추진 현황을 점검하던 중, 정작 논의 테이블인 '광주 군공항 이전 심의위원회'에 불참하며 겉돌고 있는 무안군을 직접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역 발전의 대전환점이 될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했음에도 현장에서 벌어지는 소모적인 지역이기주의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핵심 현안인 광주 군공항 이전은 무안군 등 이전 예정지와의 입장차를 전혀 줄이지 못하면서 5자 협의체 가동마저 안개 속에 갇혔다.
무안군은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선(先) 이전 △정부 및 통합특별시 차원의 1조 원 규모 지원 △국가 차원의 획기적 인센티브 약속 이행 등을 배수진으로 치고 있다. 이 조건들이 선제적으로 담보되지 않는 한 협의체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형국이다.
지역의 또 다른 숙원인 전남권 국립의대 유치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목포대와 순천대 간, 나아가 옛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 간의 주도권 다툼에 더해 '대학병원-의대 분리안'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민형배 통합특별시장 주재로 양 지역 시장과 국회의원, 대학 총장들이 모여 긴급 조정 회의를 가졌으나, 서로의 현격한 시각차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양측은 오는 10일까지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타결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당장 이달로 예정된 통합특별시의 첫 조직개편은 폭발 직전의 화약고다. 두 개의 거대한 지방정부 조직을 하나로 융합하는 작업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직급 통합과 인력 배치, 신설 기구 유치를 두고 기존 광주시와 전남도 두 조직 간의 기득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행정 효율성 극대화'라는 통합의 근본 목적은 기득권 논리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
통합시의 '주청사' 위치를 둘러싼 신경전도 광주권과 전남 서부권, 전남 동부권 간 험악한 샅바싸움이 불붙은 모양새다.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출발한 행정통합. 그러나 출범 한 달간 지역사회가 보여준 모습은 그 취지를 크게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거대한 행정구역의 물리적 합병이 저절로 지역의 상생과 발전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지자체와 정치권, 시민사회 모두 편협한 소지역주의의 틀을 과감히 깨부숴야 한다는 목소리다.
광주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상호 배려와 양보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800조 원 반도체의 미래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내일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yr200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돛을 올렸지만 주요 현안을 둘러싼 갈등과 소지역주의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밥그릇 싸움'하다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까지 나온다. 800조원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조성 사업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갈등을 중재할 통합특별시장의 리더십과 시민사회의 성숙한 소통이 필요하다. 뉴스1은 3회에 걸쳐 지역사회에 팽배한 불통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