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도 폭염'이랑 완전 딴 세상…"빙상장 들어서니 겨울로 순간이동"

광주실내빙상장 실내온도 4~7도…평일인데도 시민들로 북적

광주 낮 최고기온이 37.1도인 31일 전남광주 서구 광주실내빙상장을 찾은 시민들이 아이스 스케이팅을 즐기고 있다. 2026.7.31 ⓒ 뉴스1 조수민 기자

(광주=뉴스1) 조수민 기자 = "바깥은 1분도 서 있기 힘든 찜통인데, 아빠 손잡고 시원한 빙판을 질주하니까 더위는커녕 겨울로 순간이동을 한 기분이에요."

낮 최고기온 37.1도 폭염이 기승을 부린 31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에 위치한 광주실내빙상장은 시원한 은빛 빙판으로 스며든 시민들로 온종일 북적였다.

이날 빙상장을 찾은 70여 명의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여름 속 한겨울 분위기를 만끽했다. 방학을 맞아 부모 손을 잡고 온 꼬마 스케이터부터, 다정하게 커플 장갑을 끼고 링크를 활보하는 데이트 연인, 서로를 밀고 당기며 장난치는 무리의 함박웃음이 은빛 빙판 위를 빽빽하게 수놓았다.

사방에서 들리는 활기찬 웃음소리와 서툰 발짓, 스케이트 날이 단단한 얼음을 가르며 내는 날카로운 파찰음이 냉기 가득한 빙상장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광주의 낮 최고 기온은 37.1도. 시민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36.8도를 웃돌았으나 이곳은 실내 온도가 4~7도로 더위를 뚫고 찾아온 시민들의 열기를 곧바로 식혔다.

이처럼 색다른 피서를 즐기려는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황색 안전조끼를 입은 빙상장 안전요원들은 가드레일을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며 서툰 이용객들의 자세를 잡아주고 안전거리 유지를 안내하는 등 혹시 있을지 모를 안전사고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매표소 앞 안내 데스크에서는 이용 가능 여부를 묻는 시민들의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려 댔다.

특히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가족 단위 피서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서로의 손을 붙잡아주는 부자부터, 다정하게 링크 가장자리를 도는 부녀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중학생 딸과 함께 방문한 김진호 씨(46)는 "사춘기 딸아이와 요즘 대화가 줄어 고민이었는데, 오늘같이 스케이트를 타며 손을 잡으니 자연스럽게 벽이 허물어졌다"며 "더위 피하러 왔다가 딸과의 추억까지 덤으로 얻어 간다"고 만족해했다.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연신 싱글벙글 웃던 딸 김예지 양(14)은 "처음에는 넘어질까 봐 무서웠는데 아빠가 뒤에서 든든하게 잡아주니까 하나도 안 무섭다"며 "아빠랑 이렇게 밖에서 데이트하니까 꼭 겨울방학이 다시 온 것 같아 신난다"고 환하게 웃었다.

광주 낮 최고기온이 37.1도인 31일 전남광주 서구 광주실내빙상장을 찾은 부자(父子)가 아이스 스케이팅을 즐기고 있다. 2026.7.31 ⓒ 뉴스1 조수민 기자

반대편 코너에서는 초등학생 아들의 손을 잡고 중심을 잡는 아버지의 모습도 보였다.

아들과 함께 온 이민우 씨(41)는 "방학인데 날이 너무 더워 놀이터는 엄두도 못 내고 집에만 있기도 답답해서 나왔다"며 "아들이 처음에는 엉금엉금 기어다니더니 이제는 제법 혼자 앞으로 나아간다. 아들과 땀 흘리며 몸으로 부닥치니 폭염도 잊힌다"고 했다.

아들의 서툰 발짓을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던 아버지는 아이가 넘어질 때마다 "괜찮아, 다시 일어나!"라며 활기찬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 아들 이준우 군(10)은 "얼음 위가 미끄러워서 자꾸 넘어지지만 찬 바람이 쌩쌩 불어서 하나도 안 덥다"며 "집에서는 심심했는데 아빠랑 얼음판에서 뒹굴고 노니까 백 배는 더 재밌다"고 이마의 땀을 훔쳤다.

평일에도 이용객들로 활기를 띠는 이곳은 주말이 되면 몰려드는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주말에는 300명을 웃도는 시민들이 얼음판 위로 쏟아져 들어온다.

빙상장 관계자는 "본격적인 무더위와 방학이 겹치면서 지난 토요일에는 386명, 일요일에는 380명의 시민이 방문해 문전성시를 이뤘다"며 "오늘도 아침부터 이용 문의가 밀려들고 있는 만큼, 시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한여름 속 겨울을 즐길 수 있도록 빙질 관리와 시설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남광주 주요지점의 낮 최고기온은 광양 38.8도, 보성 38.1도, 광주 동구 37.1도, 여수 36.9도, 순천 36.8도 등이다.

sum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