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진범 찾기 난항…"제보 절실"
백씨 부녀 재심 무죄로 수사 착수…8개월 넘게 답보
제조자와 동기 규명이 핵심…"목격담 등 단서 필요"
- 안재영 기자
(순천=뉴스1) 안재영 기자 = 지난해 재심을 통해 백씨 부녀가 아내이자 어머니를 죽였다는 누명을 벗으면서 시작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수사가 8개월이 넘도록 답보 상태다.
핵심은 피해자들이 마신 청산가리 막걸리를 누가 무슨 이유로 만들었는지인데, 사건 발생 17년이 지나 새로운 증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 경찰은 목격담 등 제보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2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미제사건 수사팀은 지난해 11월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이전 기록 검토와 탐문 수사 등을 진행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은 거두지 못했다.
재수사는 2009년 7월 6일 순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신 주민 4명 중 2명을 죽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확정받은 백씨 부녀가 지난해 10월 다시 선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이뤄졌다.
사건 초기 수사는 순천경찰서가 맡았다. 그러다 다른 건을 수사하던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피의자를 특정하면서 이 사건은 검찰로 이관됐다.
검찰이 특정한 피의자는 사망자 중 한 명의 딸이었다. 그는 이웃 주민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무고하면서 수사를 받게 됐는데, 검찰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수사는 사망자의 남편까지 확대됐고 백씨 부녀는 나란히 기소됐다. 이들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사이가 나빠진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공모했다는 게 주된 공소 사실이었다.
1심 재판부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했지만, 2심은 이 사건의 결정적 증거로 꼽힌 자백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에 문제가 없다고 보면서 백씨 부녀는 2012년 유죄를 확정받았다.
그로부터 약 10년 만인 2022년 이들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위법과 강압이 있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이 청구는 당시 수사를 진행했던 검사와 수사관이 특정 진술을 유도한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받아들여졌다.
재심 재판의 증인으로 나온 수사 검사와 수사관은 이에 대해 반박하며 위법과 강압 모두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의 유도 신문이 인정되고 신뢰 관계인 미동석 등의 사정에 비춰볼 때 적법한 수사가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하면서 백씨 부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결국 지난 수사로 명확하게 드러난 건 피해자들이 백씨 부녀의 집에서 가져온 막걸리를 마시고 숨지거나 다쳤다는 것뿐이다.
이 막걸리에 '누가' 청산가리를 타서 '왜' 백씨 부녀의 집에 뒀는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초기 수사 당시 경찰은 검찰과 달리 백씨 부녀가 아닌 다른 이를 용의자로 봤으나, 사건이 넘어가면서 더 나아가진 못했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범행에 사용된 막걸리의 출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아직 불분명하다"며 "사건 당시에도 주민 다수가 고령이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 새로운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누가 두고 간 것을 봤다는지 등 직접적인 목격담이나 단서가 절실하다"고 제보를 당부했다.
jy87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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