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첫 행정통합, 소지역주의로 난파 위기…리더십 실종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 광주시지부 관계자들이 23일 통합특별시 광주청사 로비에서 일방적인 조직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공무원노조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 광주시지부 관계자들이 23일 통합특별시 광주청사 로비에서 일방적인 조직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공무원노조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4년 동안 이렇게 싸움만 하다 다시 갈라서는 것 아니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20여 일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깊은 한숨이다. 상생과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명분을 내걸고 과감하게 행정통합에 나서며 통합특별시가 출범했다. 그러나 출범 3주일 동안 비치는 모습은 오직 갈등과 혼란, 그리고 쪼개진 지역이기주의뿐이다.

당장 8월로 예정된 통합특별시의 첫 조직개편은 최대 화약고다. 두 개의 거대한 행정조직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은 시작부터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직급 통합과 인력 배치, 기구 신설을 둘러싼 기존 시도의 두 조직 간 기득권 싸움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행정 효율이라는 통합의 기본 취지는 이미 뒷전으로 밀려났다.

통합시의 주청사를 어디에 둘 것이냐를 놓고서는 진즉부터 광주권과 전남 서부권, 전남 동부권 사이에 험악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각 지역은 저마다의 당위성만 내세우며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고 있다. "광주로 쏠림은 안된다", "전남엔 빈 껍데기만 남는다"는 전남의 목소리에, "전남으로 다 뺏기는 것 아니냐"는 광주권 목소리가 상충하고 있다.

전남권 국립의대 유치를 위한 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의 30여년 숙원이었던 의대 신설 문제마저 지역 간 쟁탈전으로 변질됐다. 의료 공공성 확보라는 본질은 사라졌다. 어느 지역에 대학과 병원이 들어서야 하는지를 두고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편을 갈라 볼썽사나운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기존 광주시와 전남도의 41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작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시는 유사·중복기능 통합, 직원고용 승계, 예산과 정원 불이익이 없는 통합, 시민주권 방식의 신속 통합, 기관 주도의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통합 등 5가지 원칙을 제시했지만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저항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지만 갈등을 중재하고 얽힌 실타래를 풀어줄 리더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갈등을 방치하고 키운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특히 민형배 통합특별시장의 소통의 리더십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설익은 약속을 내놨다가 지역 반발이 일면 이를 번복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리더십의 부재가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센 풍랑을 헤치고 나갈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원칙 없는 행정은 신뢰를 무너뜨린다.

시민들 역시 삐뚤어진 지역이기주의를 깨지 못한다면 행정통합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거대한 행정구역 합병이 저절로 상생을 가져오지 않는다. 지자체와 정치권, 그리고 시민들 역시 이제는 편협한 소지역주의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상호 배려와 양보 없이는 어떠한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