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전통시장 상인들 속도 탄다…"생선도 반찬도 못 버텨"

"땀 흘려가며 시장 걸어 다닐 손님이 어디 있겠냐"

22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양동 양동시장에서 폭염 속 상인들이 선풍기를 틀며 음식 준비를 하고 있다. ⓒ 뉴스1 조수민 기자

(광주=뉴스1) 조수민 기자 = "얼음을 부어도 한 시간 지나면 물바다가 돼요. 기온에 습도까지 높으니 생선이고 반찬이고 못 버티고 상해 버립니다."

전남광주 지역에 폭염특보가 경보로 격상된 22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양동시장. 수산물 코너를 운영하는 박 모 씨(64)는 쉼 없이 녹아내리는 얼음물을 바닥으로 밀어냈다.

이날 양동시장 내부는 가마솥더위에 습도까지 더해져 거대한 찜통을 방불케 했다. 시장 특유의 밀폐된 실내 구조와 환기 시설 부족으로 체감온도를 하염없이 끌어올렸다.

통로마다 배치된 대형 선풍기 10여 대는 가동 중이었으나, 바닥 지열과 열기가 섞인 습한 바람만 순환시키는 수준에 그쳤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한 식자재 부패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반찬가게 상인 김 모 씨(61·여)는 "온도가 높으니 평소보다 음식을 3분의 1만 만들고 있으나 오전에 내놓은 나물이 오후 2시가 되기 전에 시큼해진다"며 "상한 음식을 팔 수는 없으니 당일 만든 건 당일 폐기하는데, 이번 주에 버린 물량만 수십 킬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폭염 속 상인들의 근무 환경도 한계에 직면했다. 상인들은 얼음주머니를 목에 두르거나 연신 생수를 들이키며 매대를 지켰지만, 마르지 않는 땀으로 작업복은 항상 젖어 있다.

화구를 사용하는 음식점의 고충은 더욱 컸다.

분식점 업주 이상연 씨(57)는 "기온도 기온인데 습도가 높으니 숨이 턱턱 막히고 현기증이 자주 난다"며 "주위 고령 상인들은 열사병으로 쓰러질까 봐 다들 구비 약을 먹어가며 버틴다"고 전했다.

22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양동 양동시장 안에서 쿨링 선풍기가 작동하는 모습. 2026.7.22 ⓒ 뉴스1 조수민 기자

열악한 시장 환경은 곧바로 이용객 감소로 이어졌다. 냉방 장치가 확충된 대형마트나 백화점으로 소비자가 몰리면서 전통시장 통로는 장바구니를 든 시민보다 매대를 정리하는 상인들의 수가 더 많았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최희자 씨(68)는 "찜통 같은 불볕더위에 땀 흘려가며 시장 걸어 다닐 손님이 어디 있겠냐"며 "돌아다니는 사람 자체가 없으니 오전 내내 마수걸이도 못 했다.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폭염이 지속되는 한 달 내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지방기상청은 이날 오후 1시 10분을 기해 광주(광주 서부) 지역의 폭염주의보를 폭염경보로 격상했다. 이날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광양 34.8도를 최고로 광주 북구 33.8도, 광주 동구 33.7도, 담양 33.6도, 광주 서구 33.2도 등을 기록했다.

sum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