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성 인정 어렵다"…장윤기 사건 수사 형사과장 영장 기각(종합)

형사과장 "지시한 적 없다" 부인…부실 수사 논란 사과
특별수사단 "기각 사유 검토 후 대응 방안 강구"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초동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받는 박 모 경정(광주 광산경찰서 전 형사과장)이 2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7.21 ⓒ 뉴스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전원 이수민 기자 = '광주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 사건의 혐의를 일반살인으로 적용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광주지법 영장전담 최윤영 부장판사는 21일 경찰청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전 광산경찰서 형사과장 A 경정을 상대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지금까지 소명된 자료만으로는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A 경정의 구속영장 기각에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기각 사유를 검토해 향후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A 경정은 장윤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강간살인이 아닌 일반살인으로 적용하는 데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을 받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광산경찰서 강력팀원 진술과 정황 증거 등을 근거로 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A 경정은 경찰 조사에서 "지시한 적이 없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A 경정은 영장실질심사 전 기자들을 만나 "수사 과정에서 윗선이나 저에 의한 부당한 지시는 없었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죄송하다. 사건의 실체 규명에 노력했지만, 부실 수사 논란으로 이어져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 영장실질심사 후 A 경정의 변호인은 "강간 살인을 일반 살인으로 수사하라는 지침은 없었다"며 "장윤기 살인사건과 베트남 여성 성범죄 사건을 병합하지 말라는 국가수사본부의 지침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사과장 입장에서는 성범죄 목적에 의한 살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두 사건을 병합하는 것이 수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며 "광주경찰청을 통해 세 차례나 병합을 요청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장윤기의 살인과 성폭력 사건을 분리해 수사하도록 지시한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혐의를 배제하거나 적용하도록 직접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검찰은 경찰의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 등 혐의와 관련해 강력범죄수사과장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 특별수사단도 사건 수사와 관련된 전반적인 보고 지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한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은닉·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강력팀장 B 경감은 "윗선에서 스토킹과 살인사건을 연결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케이블타이 현장감식 영상 삭제를 부인해 왔던 B 경감은 최근 입장을 바꿔 이를 시인하면서도 "형사 처벌이나 징계가 두려웠다. 부실 수사를 인정하지만 고의로 증거인멸을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특별수사단은 B 경감의 진술 등을 토대로 A 경정, 경무관인 전 광산경찰서장, 수사팀원을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모두 검찰에도 입건돼 별도 수사를 받고 있다.

jun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