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 사장 인선 2년째 표류…'임기 만료' 사장 체제 장기화
법원, 신임 사장 공모절차 중단 요청 가처분 인용
법적 인사권자 vs 적법 공모절차 완료 여부 충돌
- 박영래 기자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한전KPS 차기 사장 인선이 법원의 잇단 제동으로 다시 멈춰 섰다. 법원이 새 사장 재공모 절차와 그 근거가 된 정부의 재추천 요청 공문 효력을 각각 정지하면서, 임기가 끝난 김홍연 사장의 직무수행 체제도 장기화할 전망이다.
향후 본안소송에서는 주주총회 의결까지 마친 기존 후보자 선임 절차에 어느 정도의 법적 효력이 있는지, 정부가 대통령 임명 전 단계에서 이를 중단하고 재공모를 요구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산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지난 2일 허상국 전 한전KPS 부사장이 회사를 상대로 낸 '사장 공모절차 진행 중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서울행정법원도 지난 7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한전KPS에 보낸 '사장 재추천 요청 공문'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한전KPS가 지난 5월 시작한 새 사장 공모 절차는 본안 판단 전까지 중단된 상태다.
다만 이번 결정은 재공모가 최종적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본안 판결은 아니다. 법원이 본안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존 상황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재공모 절차와 정부 공문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정지한 것이다.
한전KPS는 법원 결정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적 다툼이 본격화하면 차기 사장 선임까지 수개월 이상 걸릴 가능성이 있다.
사장 인선 논란은 2024년 시작됐다.
한전KPS는 2024년 사장 공개모집을 진행한 뒤 임원추천위원회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허 전 부사장을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에서 허 전 부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의결했다.
남은 절차는 주무부처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 임명이었다. 그러나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이후 정부가 교체됐다.
현 정부는 기존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이어가는 대신 사장 후보자를 다시 추천받기로 했다.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전KPS에 재추천 요청 공문을 보냈고, 한전KPS는 이를 근거로 지난 5월 재공모에 착수했다.
허 전 부사장 측은 자신이 임원추천위원회 심의와 이사회·임시주주총회 의결을 모두 거친 만큼 기존 선임 절차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법원에 가처분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이 두 신청을 잇달아 받아들이면서 정부와 한전KPS가 추진한 재공모 절차는 일단 중단됐다.
사장 선임이 다시 지연되면서 김홍연 사장의 임기 만료 후 직무수행 체제도 이어지게 됐다.
김 사장은 2021년 6월 취임해 2024년 6월 3년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 사장이 임명되지 않아 현재까지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법적 분쟁이 장기화하면 임기 만료 상태로 회사를 이끄는 기간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소송의 핵심은 기존 후보자 추천 절차와 정부의 최종 임명 권한 사이의 법적 관계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25조는 공기업 사장을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 추천하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람 중에서 주무부처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주주총회가 있는 공기업은 다른 법령이나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 의결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임명이 이뤄지기 전까지 후보자에게 사장 지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임원추천위원회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이사회와 주주총회 절차까지 마친 후보자를 정부가 별도의 취소 절차 없이 배제하고 새로운 공모를 요구할 수 있는지는 본안에서 따져야 할 쟁점이다.
허 전 부사장 측은 기존 절차가 적법하게 마무리된 만큼 정부가 단순히 임명을 하지 않은 채 재공모로 전환한 것은 절차적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정부와 한전KPS 측은 대통령 임명이나 장관 제청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기존 후보자에게 확정적인 권리가 발생하지 않았고, 공기업 경영과 인사 정책상 후보자를 다시 추천받을 재량이 있다는 논리를 펼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종적인 사장 임명 권한이 정부에 있다는 점과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추천 절차를 아무런 제한 없이 되돌릴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기존 후보자에게 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지위나 신뢰가 형성됐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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