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위로하는 길 위의 오아시스"…광주 이동노동자 쉼터 '쉬소' 1년

365일 24시간 무인 운영…눈치 보지 않는 휴식 만족
"유니폼 달라도 길 위의 동지…광주 전역 확산 기대"

15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월계동 이동노동자 쉼터 쉬소 앞 이동노동자들의 오토바이들이 주차돼 있다. ⓒ 뉴스1 조수민 기자

(광주=뉴스1) 조수민 기자 = "지붕도 없는 길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에어컨 바람 쐬는 단 1분이 목숨을 살리는 기분입니다."

연일 가마솥더위와 폭우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5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에 위치한 이동노동자 쉼터 '쉬소' 앞은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오토바이와 택배차 시동 소리로 분주했다. 쉼터 내부로 들어선 환경미화원들은 형광색 안전조끼 지퍼를 내려 열기를 식혔고, 목에 걸치고 있던 수건을 짜내자 물방울이 우수수 떨어졌다. 헬멧을 벗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낸 이동노동자들은 곧바로 에어컨 앞 좌석으로 향했다.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 밤낮없이 이동해야 하는 배달 라이더와 대리운전 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거점 쉼터 '쉬소'와 민간 협력형 쉼터 '쉬고'가 운영 1년을 맞았다.

현장에서 만난 이동노동자들은 기존 관공서 무더위 쉼터의 한계를 보완한 이 공간을 '길 위의 오아시스'라고 평가한다.

365일 24시간 무인 운영 시스템인 '쉬소'에 등록된 누적 이동노동자는 현재 약 650명에 달한다. 시스템에 등록해야 출입이 가능한 구조로, 1년 동안 6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이곳을 이용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동노동자들은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기존 공공기관 무더위 쉼터의 경우 운영 시간의 제약이 있고, 노동자들이 심리적 문턱을 느끼기 때문이다.

배달 라이더 김영현 씨(29)는 "낮에 너무 더워서 관공서 쉼터에 가봤지만, 조용히 업무를 보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땀 냄새 풍기며 앉아있으려니 눈치가 보여 금방 나왔다"며 "반면 '쉬소'는 눈치 안 보고 24시간 언제든 들러 충전기나 컴퓨터를 쓰며 쉴 수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거리 환경미화원 문 모 씨(50대) 역시 "작업복에 먼지가 묻어 관공서 소파에는 미안해서 앉지도 못하는데, 여기는 문턱이 낮아 편하게 얼음물을 축이고 갈 수 있다"고 전했다.

15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월계동 이동노동자 쉼터 쉬소에서 이동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6.7.16 ⓒ 뉴스1 조수민 기자

쉼터 내부에서는 서로 다른 회사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입은 노동자들이 자판기에서 꺼낸 얼음컵을 한 손에 쥔 채 나란히 앉아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근무 시간이 불규칙한 야간 노동자들에게도 필수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택배 기사 김 모 씨(40대)는 "물량이 밀려 오후 6시가 넘으면 공공기관 쉼터는 문을 닫는다"며 "시간 제약이 없어 늦은 오후나 퇴근길에도 마음 편히 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리운전 기사 박치영 씨(30대)도 "대리운전 특성상 밤 12시부터 새벽 3~4시까지 길거리에서 콜을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힘든데, '쉬소'가 생긴 후 새벽에도 땀을 식힐 수 있어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환자를 이송하는 병원 이송 스태프는 "새벽이나 더운 낮에 환자를 급하게 병원으로 전원시키고 나면 땀 범벅이 되는데, 복귀 길에 들러 긴장을 풀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쉼터 내부에서 이용자 간의 자발적인 연대도 이뤄지고 있다.

배달 라이더 최 모 씨는 "새벽에 '쉬소'에 들어와 보니 치열하게 살아가는 미화원, 대리기사님들이 계셨다"며 "처음에는 쭈뼛거렸지만 서로 얼음물을 건네고 대화를 섞다 보니 속마음을 터놓게 됐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만큼이나 따뜻한 공감이 지친 마음에 큰 위로가 된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지역 편중과 홍보 부족에 대한 아쉬움이 제기돼 왔다. 24시간 운영되는 거점 쉼터가 광산구 한 곳에만 있는 데다, 민간 업체가 참여하는 '쉬고' 쉼터 2곳 역시 광산구에만 몰려 있어 광주 전역을 이동하는 노동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시민참여형 쉼터 '쉬고'를 지정받아 영업시간 동안 가게를 개방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노동자들이 편하게 쉬고 가라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면서도 "개방은 해두었지만 아직까지 이동노동자들이 자주 찾아오지는 않는 편"이라며 홍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리운전 기사 박 씨는 "진짜 정보 격차를 줄이려면 공무원들이 홈페이지에 올리는 데 그치지 말고, 배달 앱이나 대리운전 콜 프로그램 화면에 '현재 위치 기준 가까운 쉼터'가 내비게이션처럼 연동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현장의 요구에 발맞춰 운영 기관도 인프라 확대에 나섰다.

광주노동권익센터 이동노동자 담당자는 "현재 광산구 내에서만 운영되던 시민참여형 쉼터 '쉬고'를 올해 안으로 서구와 북구에 각각 1곳씩 추가 지정해 총 4곳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거점형 쉼터인 '쉬소'와 달리 '쉬고'는 민간 업체가 본인들의 영업시간에 공간을 개방하는 형태라 이동노동자 입장에서 이용에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의외로 많은 시민이 모르는 사이에 이 같은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동노동자들이 쉴 공간을 함께 마련하는 '광주 공동체 정신'을 구현하는 장소"라고 강조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 이동노동자 거점 쉼터 '쉬소'는 폭염과 혹한 등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이동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안전한 근무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지난 2025년 7월 처음 문을 열었다.

sum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