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으로 몰지 마라" 지시 정황…'장윤기 사건' 수사팀장 구속(종합)
리얼돌·케이블타이 압수 않고 보고서서 '성적 목적' 삭제 정황
지휘부 개입 여부 수사 확대… 피해 여고생 사전 인지 의혹도 수사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을 담당한 당시 강력팀장이 장윤기(23)의 강간 목적 범행을 뒷받침할 주요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 관련 보고서와 영상의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력팀장은 특별수사단 조사에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에 경찰 수사는 당시 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 지휘부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경찰의 부실 수사와 유착 의혹뿐 아니라 장윤기가 범행 전부터 피해 여고생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까지 들여다보며 사건 전반을 재수사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15일 당시 사건을 맡았던 강력팀장 A 경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은닉·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A 경감은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 5월 5일 장윤기의 주거지와 차량 수색 과정에서 강간 목적을 입증할 수 있는 주요 증거물인 리얼돌과 케이블타이를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A 경감은 이 물건들이 "살인의 주요 증거는 아니라고 판단해 누락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특별수사단 조사 결과 A 경감은 스토킹 사건 내용이 담긴 수사보고서를 결재받기 위해 제출한 팀원에게 특정 내용을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성적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조사 범위를 제한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경찰청으로부터 전달받은 '성적 동기 개입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장윤기 면담보고서를 수사기록에 편철하지 않았고, 범죄분석보고서를 첨부하면서도 '성적 목적' 부분만 배제한 수사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
범행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고 팀원이 '장윤기 차량 뒷문이 열려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하자 이를 지우도록 하고 '불분명하다'는 내용으로 다시 작성하도록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밖에도 A 경감은 주요 증거물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팀원에게 장윤기의 집 비밀번호와 차량 열쇠를 장윤기 부친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특별수사단은 차량에서 케이블타이가 촬영된 현장 영상 역시 A 경감이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차량 콘솔박스에서 발견된 USB와 SD카드 역시 확보하거나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차량을 부친에게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수사단은 A 경감의 지시로 주요 증거가 압수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장윤기에게 강간 등 살인 혐의가 아닌 일반 살인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강력팀장은 자신이 주요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윗선을 지목했다.
"윗선에서 스토킹과 살인사건을 연결시키지 못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특별수사단은 이 토대로 전날 전 광산경찰서장 B 경무관과 전 형사과장 C 경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특별수사단은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들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업무분장상 여성청소년과와 형사과 수사는 분리돼 있지만, 죄명 의율 판단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경찰서장"이라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외압 등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지휘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 등이 이뤄졌는지, 장윤기에게 강간 목적 살인 혐의가 아닌 일반 살인 혐의가 적용된 경위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강력팀장이 사건을 강간 목적 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으로 송치하게 된 배경에 윗선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또 다른 외압이나 개입이 있었는지도 다각도로 확인할 방침이다.
현직 경찰인 장윤기 부친과 큰아버지의 지휘부와의 근무 인연, 이로 인한 지시 등이 이뤄졌는지는 더 살핀다는 계획이다.
특별수사단은 광산경찰서의 지휘라인인 광주경찰청 지휘부 입건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광주경찰청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며 "강력계장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쳤고 그 윗선에서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의혹 없이 밝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단은 장윤기 아버지인 장 모 경감과 당시 수사팀 사이 총 12차례의 통화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장 경감은 수사팀과의 통화에서 "감식이 끝났으니 차량 열쇠를 먼저 돌려줘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장윤기의 원룸 주소와 비밀번호까지 받아냈고 리얼돌 등을 폐기했다.
특별수사단은 장 경감의 입건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증거은닉교사를 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하는 방향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경감에게 구속영장 신청 예정 등 수사정보를 알려준 팀원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 팀원은 과거 장 경감과 같은 근무지에서 6개월간 근무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수사단은 12차례의 통화 중 부친이 장윤기의 죄명으로 강간살인이 아닌 일반살인 법률 적용을 부탁했는지, 금전적인 대가가 오갔는지 여부를 지속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특별수사단의 수사와 별도로 장 경감에 대한 징계 여부도 검토 중이다.
장윤기가 범행 이전부터 피해 여고생을 일방적으로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도 새롭게 확인됐다.
특별수사단은 장윤기가 범행 이전부터 피해 여고생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을 확인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정황은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확보한 공기계 휴대전화에서 발견됐지만, 특별수사단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특별수사단은 당시 수사팀도 해당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장윤기만 피해 여고생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다"며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윤기는 검거 직후부터 우발적으로 범행했으며 영장실질심사 당시에도 '여고생인 것을 알고 범행했냐'는 취재진 질문에 "여학생인 것을 알고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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