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참사 유족 "추모사 대신 책임과 행동을"…5주기 추모식

현대산업개발 추모공간 조성계획 설명
운림 54번 사고 버스 보존 건의…구체적 방안은 아직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해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학동참사 5주기인 9일 동구청 광장에서 추모식이 엄수되고 있다. 2026.6.9 ⓒ 뉴스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해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학동참사 추모식이 9일 엄수됐다.

광주학동참사유가족협의회는 이날 동구청 광장에서 참사 5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추모식에는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 임택 동구청장, 양부남 국회의원과 유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참사 발생 시각인 오후 4시 22분에 맞춰 추모 묵념과 헌화, 유가족 말씀,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발언, 추모사, 애도의 시간 순으로 진행됐다.

416합창단은 추모식 전 공연을 통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유가족들은 추모식 내내 그날의 아픔이 되살아나는 듯 눈시울을 붉히며 정치권을 향해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이진의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매년 많은 정치인들이 추모사를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며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추모사가 아닌 책임과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의 뜻대로 추모 공간이 완공되고 희생자 추모 사업 지속 추진해달라"며 "사고 버스 운림 54번을 영구 보존하고 새롭게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전국 최초로 재난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지원 체계를 제도화하는 선도 도시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추모사를 통해 "아파트가 완공되는 2029년 상반기 추모 공간이 차질 없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택 동구청장은 "그 어떤 개발과 성장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며 "모든 정책과 사업의 가장 기본 원칙으로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학동참사 추모공간 조성 계획. (현대산업개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5년 만에 추모공간 조성계획을 내놨다.

추모공간은 아파트 외부에 새로 지어질 학동행정복합센터와 광주천을 연결하는 녹지 공간 약 100평을 활용한다.

바닥에 시간의 순환을 상징하는 원형 패턴을 새기는데 무한한 연속성과 희생자의 삶이 시간을 초월해 계속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산책로를 따라 희생자의 이름을 음각한 9개의 조형물을 배치하고 9그루의 나무도 식재할 예정이다.

박성아 현대산업개발 조경팀장은 "6월에 아름다운 꽃이 피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수목에 대한 내용, 상징, 조형물은 마지막까지 유가족과 협의해 희생자를 기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추모식 전에는 사실상 방치 상태인 사고 버스 '운림 54번'의 보존 방향을 놓고 광주시와 유가족의 논의가 이뤄졌다.

사고 버스는 지난 2022년부터 광주 북구 각화정수장 내 창고에 임시 보관돼 왔는데 해당 부지가 배수지 전환 사업을 통해 공원 등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유가족들은 이 장소에 버스를 보존할 수 있는 메모리얼관 조성을 건의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5년 전 이날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검경 수사 결과 공사 현장에 해체 계획서를 무시한 안전 불감증과 공사비 절감으로 인한 날림 공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