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드러눕고 진단서 끊어"…판사, 쌍방폭행 처리 관행 질타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진 믿고 경찰·검찰 '혐의 인정' 결론"
법원, 경찰 수사 관행에 경고장…폭행 혐의 50대 무죄

광주지방법원. ⓒ 뉴스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쌍방폭행'에 대한 수사기관의 무책임한 결론과 일부 시민들의 무분별한 신고를 비판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 차기현 판사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자영업자 A 씨(5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과 검찰은 'A 씨의 폭행이 입증된다'며 송치 결정과 구약식 처분을 내렸는데,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2024년 11월 15일쯤 전남 나주 한 공터에서 50대 B 씨와 B 씨 아내인 C 씨(40대·여)를 한 차례씩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B 씨와 C 씨는 A 씨 가게 앞에서 노상 방뇨와 흡연하다가 가게 현수막을 찢어 시비가 붙었다.

A 씨를 먼저 폭행한 B 씨는 폭행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고, 뒤이어 A 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법정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들의 진술 신빙성에 주목했다.

차기현 판사는 "피해자들의 법정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답변은 회피했다"며 "수사기관에서 이것저것 말했다가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돼 위증 처벌을 선서한 다음 부담을 느껴 사실관계를 바꾸거나 가볍게 말하는 것은 흔히 보이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CCTV나 다른 객관적 목격자 진술 등은 제출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자신의 책임을 면하거나 줄이기 위해 피고인을 모함할 동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기현 판사는 '쌍방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무책임한 태도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차 판사는 "피해자들은 'A 씨가 사건화를 원하는지 보고 자신의 입장을 정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피해자들이 제출한 진단서를 근거 삼아 폭행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제출한 상처 부위 사진은 언제, 어디서, 누구를 촬영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것인데도 추가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자해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차 판사는 "세간의 막돼먹은 사람 중에는 폭행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드러눕고, 진단서를 끊어, 쌍방폭행으로 몰면 된다'는 말을 무슨 삶의 지혜라도 되는 양 말하는 경우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만약 피고인이 결백하다면 이 사건이야말로 딱 그에 들어맞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찰은 그동안 서로가 '상대방에게 맞았다'고 주장하는 경우 다른 객관적 증거가 없어도 일단 쌍방폭행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차 판사는 "만약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 진술이 불분명하고 도무지 믿기 어려운 사건에서조차 피고인을 벌한다면 막돼먹은 사람들이 '드러눕고, 진단서를 끊어, 쌍방폭행으로 몰아서' 궁지에서 빠져나갈 길을 더 넓게 열어주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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