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다 빠진 '염전노예' 10년…수급자 복지까지 훔친 잔혹한 형제

지적장애 피해자에 월급 입금 뒤 업주 가족들이 인출·유용
요양병원 입원 후에도 돈 빼앗겨…"착취 처벌법 한계 명확"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 뉴스1

(목포=뉴스1) 최성국 이승현 박지현 기자 = #. 중증 지적 장애인인 A 씨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전남 신안에서 10년간 발톱이 빠지도록 고된 염전일을 했다. 먹고 자는 생활도 이곳에서 했다. 그는 1988년 경기도에서 실종된 후 가족과 연락이 두절됐다.

염전주 B 씨(61)는 매달 꼬박꼬박 A 씨의 통장에 월급을 넣었다. 외관상으로만 그랬다. B 씨는 A 씨 명의의 통장에 월급을 넣고 실제론 그의 통장을 본인 것처럼 사용했다.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A 씨가 손에 쥔 건 없었다.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으로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을 때도 B 씨는 법망을 비켜갔다.

B 씨는 A 씨에게 부탁해 '합의서 작성'을 요청했고, 반의사처벌불원에 따라 근로기준법 위반은 공소기각됐다.

수사기관은 인권 유린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B 씨를 준사기 등 혐의를 적용했다. 언어 이해, 지각 추론 등 정신 지능이 낮은 피해자의 특성상 합의서 작성이 합법적인 게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A 씨에 대한 임금 착취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A 씨가 인지도 제대로 못한 본인 명의 통장에서는 10년간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가량의 현금이 수시로 인출됐다. 검찰은 A 씨 몰래 사용된 돈이 9600만 원 상당인 것으로 파악했다.

B 씨는 임금 전액을 지급했기 때문에 금전 착취나 부당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22일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지적 장애 상태가 심각해 사건 당시 스스로 계좌를 관리하거나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해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며 "돈은 피고인과 피고인 가족이 대부분 사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B 씨의 동생 C 씨(58)는 A 씨의 계좌에서 '보증금' 명목으로 4500만 원을 인출해갔다. 2020년 12월부터 2년간 A 씨가 목포 한 아파트를 임대한다는 계약서도 작성됐다.

C 씨는 A 씨의 기초생활수급자 등 혜택을 위해 주소지를 마련해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은 심신장애를 이용한 범행으로 결론냈다.

A 씨가 임대차보증금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다 4월부터 10월까지는 신안에서 근무하며 생활했기 때문에 목돈을 내면서까지 목포에 아파트 임대차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A 씨에 대한 착취는 2023년 신안군의 실태조사와 수사의뢰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세상은 가혹했다. 수사가 시작되고도 1년 가량 더 염전일을 한 A 씨는 2024년 중순 염전 폐업과 함께 광주 한 요양병원으로 보내졌다.

요양병원 관계자 D 씨(63·여)는 2024년 11월 A 씨를 수용했는데, 보증금 명목으로 A 씨의 통장에서 9000만 원을 인출한 데 이어 2060만 원을 빼돌렸다.

D 씨는 임대차보증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을 고려해 여전히 해당 요양병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또 자영업자 E 씨는 B 씨에게 수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105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았다.

결국 B 씨는 실형을, C·D·E씨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장애인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 받아야 하며, 모든 국민은 장애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사회통합의 이념에 기초해 장애인의 복지 향상에 협력해야 한다는 점은 공통 양형 사유"라며 "범행에 취약한 장애인을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벌여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아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팀장은 "2014년 염전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철저한 처벌만이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냈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의 반복이 아쉽다"며 "가해자는 동종 범죄로 2014년에 처벌을 받았음에도 또다시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장애인 학대 사건에 대해 징역형이 선고되기 쉽지 않은 현행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피해자 측 최정규 변호사도 "현행 법률상 이런 피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제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결과"라며 "노동력 착취 등 인신매매 피해를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처벌 법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