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번의 획으로 그린 희망…황신애 시인 '광주 금봉미술관' 전시회
'다발성경화증' 황신애 시인, 9년 만에 시화집 발간
- 조영석 기자
(광주=뉴스1) 조영석 기자 = 황신애 시인이 시·그림 책자 '이별은 나중에 온다'를 대동문화재단에서 발간했다. 책자 발간을 기념한 전시회도 오는 18일부터 5월 3일까지 광주 금봉미술관에서 열린다.
책자엔 시 56편, 수필 4편, 색연필 그림 15점이 실렸다. 2017년 나온 황 시인의 두 번째 시화집 '파란 달팽이' 이후 9년 만이다.
황 시인은 사지 마비로 왼쪽 손가락의 기능만 10% 정도 남아있는 다발성경화증 여성작가다. 활동지원사 없이는 컴퓨터를 켜는 것도, 그림을 그리기 위해 손가락 기능이 10% 남아 있는 왼팔을 책상 위로 옮기는 것마저 쉽지 않다. 시구를 머릿속에 외워놓았다가 왼손 검지로 자판을 두드려 기억을 더듬듯 시를 쓴다.
'젓갈'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자신의 처지를 '곤죽이 된 몸으로 형체도 없이/녹아내린 것도 모자라 고약한 냄새로 견뎌야 하는/나도 젓갈이 되고 싶은 것이다'고 고백한다.
화가가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꿈을 되새겨 2014년부터 노트에 4B 연필과 지우개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력증과 떨림 때문에 물감이나 붓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한 작품당 3만 번 이상의 획과 선을 그어 스케치를 완성하는 인고의 과정을 거친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의 주검이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과 동일시되는 순간을 겪고 나서 모로 뉜 공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발간된 책자도 와상 장애인 독자들이 읽기 편하도록 가로로 넘기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황 시인은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저의 예술적 삶이 장애인에게 용기를 주고 비장애인들에게 실존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인은 2017년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운문부 대상과 2018 산문부 우수상, 2022년 '제5회 곽정숙 인권상'을 수상했다.
kanjo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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