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씨 말랐다"…생산 감축에 지자체 도로공사 '스톱'(종합)

중동 전쟁 여파 원료 수급 차질…전국 곳곳서 포장공사 중단
여수세게섬박람회 긴급 물량 요청…공법 대체 등 대안 고심

김민석 국무총리가 9일 세종시 장군면의 아스팔트콘크리트 생산업체를 방문해 중동 사태에 따른 건설 자재 수급 리스크 등을 점검하고 원진연 공주 아스콘 대표와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6.4.9 ⓒ 뉴스1 김기남 기자

(전국=뉴스1) 박영래 임양규 박찬수 조민주 박정현 김재수 이수민 이승현 김성준 기자 = 중동발 전쟁 리스크가 아스팔트 수급 대란으로 번지면서, 전국 도로 공사 현장과 아스콘 업계에 '가동 중단' 초비상이 걸렸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부산물인 아스팔트 가격은 2월 말 대비 550원 폭등한 ㎏당 약 1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원룟값 폭등으로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울산지역 공장 가동률은 50% 밑으로 떨어졌고 일부 업체는 30% 수준까지 추락했다.

울산의 아스콘 공장들은 "가격 폭등과 물량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현장의 타격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울산의 한 아스콘 공장 관계자는 "원자재 수급 불안정으로 아스콘 업체가 몹시 어렵다"며 "실제 공장 가동률이 50%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전북 군산에서도 최근 원유가격 급등과 수급 불안정으로 지역 아스콘 공장 8곳이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공사에 필요한 자재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전국 지자체들의 도로포장 공사는 멈춰 섰고 향후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전남 나주에서 도로포장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오 모 대표는 "1일부터 아스콘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지자체가 발주한 도로포장 공사 계약서상 아스콘 계약가격은 톤당 11만원이다. 하지만 아스콘 가격이 오르면서 아스콘 공급업체에서는 톤당 5만원 인상된 16만원에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시공사로서는 발주기관에 자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라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포장 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당장 오는 5월부터 6월까지 2차례에 걸쳐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도로 공사를 마쳐야 하는 전남 여수시는 아스콘 긴급 공급을 받기 위해 아스콘업체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주 행사장 내부 도로 공사에만 4400톤의 아스콘이 필요하고, 일평균 교통량 증가 예상에 따른 인프라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수시는 관내외 아스콘 생산업체들과 협상을 벌인 끝에 행사 전 필요 물량 4400톤을 우선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계약 체결을 위한 행정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광주에서는 무진대로, 빛고을대로, 하남진곡산단로 등 16개 도로공사, 광주 동구 3개 도로공사가 아스콘 대란으로 멈춰 섰다. 전남에서는 노후도로 보수 등 포장 공사 43개소 중 35개소, 교량 보수공사 15개, 위임 국도 포장 공사 25개소가 아스콘 수급 불안정을 이유로 일시 정지됐다.

전북 군산시 역시 더글라스 삼거리 주변과 군산내항 사거리 주변 등 아스콘 포장 공사 8건(재포장)에 대해 일시 중단 명령을 내렸다.

충북 청주에서는 교통환경개선, 도로 개설, 주차 공간 조성 사업 등 27건 중 청주시 상당구 운동동 백운교차로 등 교차로 9곳 정비(사업비 1억 5000만 원) 사업과 청원구 오창산업단지 일원 자전거도로 정비 공사(8300만 원)가 중단됐다.

인부들이 아스팔트 도로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스1

포트홀 등 도로보수 업무를 하는 지자체도 아스콘 수급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다.

청주 상당구는 올해 2월 25일부터 △일신여고 인근 도로 정비 공사 △용정동 일원 도로 정비 공사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필요한 아스콘 물량 668톤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지난 2일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오는 20일 착공 예정인 산성동 것대마을 도로 정비 공사도 착공일이 도래함과 동시에 중단할 예정이다.

울산에서도 이달 중 착공 예정이었던 노후도로 재포장 공사 4건에 대한 발주가 잠정 연기됐다.

자재 수급이 정상화되기까지 1~2개월이 소요될 전망인 데다, 정상화 이후로도 약 30%의 단가 인상이 예상되면서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전북도는 자재 수급에 영향이 없는 토공 등 공정을 먼저 추진하고 이후(전쟁) 자재 수급이 정상화되는 시점에 맞춰 잔여 공정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 군산시는 공사 중지와 함께 관급자재 납품 기한을 연장하고 계약조건 조정 등 시공사 보호를 위한 행정지원책을 병행한다. 충북 청주시는 주차 공간 조성 사업을 콘크리트 공법으로 대체하는 등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다.

광주시종합건설본부 관계자는 "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억 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재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로 중동발 사태가 해소될 때까지는 응급 보수 등 최소한의 유지관리를 통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달청은 이날 원자재 가격 급등 시 계약금액조정 기준일을 기존 '매월 말일'에서 '가격 인상 발생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가격변동이 즉시 반영되지 못했던 한계를 해소하고 신속한 가격 반영이 가능하게 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