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시인 14번째 신작 '꽃잎 한 장보다 작은' 출간
'나는 꽃잎 한 장보다 작았지만, 세상의 꽃들이 웃어 주었다'
'꽃잎보다 작은 존재'들에 대한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서정
- 조영석 기자
(광주=뉴스1) 조영석 기자 = 김종 시인이 14번째 시집 '꽃잎 한 장보다 작은'을 '시와사람'에서 출간했다.
김 시인은 '그대에게 가는 연습', '독도 우체통' 등의 시집을 통해 우주와 생명, 존재들의 사랑을 노래해 온 광주지역 대표적 원로시인이다. 시인이자 화가, 서예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 시인의 이번 시집은 제목처럼 '꽃잎 한 장보다 작은' 존재들을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서정성이 두드러진다.
시인은 자서에서 '심장 아래까지 내려가도/ 거기에도 나는 없었다/ 모두가 떠난 허공 속에서/ 얼마의 결핍을 더 견뎌야/ 새롭게 싹틀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결핍을 강조한 그의 시편들은 오랜 세월을 버티면서 모두를 털어낸 토르소처럼 언어의 몸통으로 떠받치며 또 다른 생명을 품은 씨앗이 되어 새롭게 싹튼다.
시 작품의 대부분은 비교적 짧은 행과 간결한 서술로 이루어져 마치 사진 한 장, 스케치 한 컷처럼 선명한 장면을 남기면서도 그 뒤편의 깊은 사유와 회억을 환기하는 언술이 특징이다.
시집의 제목이 담긴 '묘비명·1'에서 화자는 '나는/ 꽃잎 한 장보다 작았지만/ 세상의 꽃들이 웃어 주었다/ 감사하다'라고 고백한다. 이 세상 모든 꽃자리 무덤의 묘비명이어도 좋을 듯싶다. 자신을 하찮거나 작디작은 존재로 낮추면서도 그 작은 존재들을 향해 웃어 준 '세상의 꽃들'에 보내는 감사의 시선은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정조이기도 하다.
그의 시 '모르는 사실'은 이 시집을 관류하는 세계관을 응축해 보여주는 시라 할 만하다. 시인은 '하늘의 저 많은 별들도 처음엔 너른 마당에 흩뿌려진 닭모이와 한가지였으나'라는 다소 엉뚱한 상상으로 시작해서 사람들이 맑은 눈으로 바라보고 노래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이, 별에도 '또록또록한 여물'이 들어 '영롱하게 빛이' 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시집 곳곳에는 김종 시인이 살아온 지역과의 인연들이 구슬처럼 촘촘히 박혀 있다. 무등산, 영산강, 보성, 팔효당, 만귀정, 서호, 정도리 깻돌밭 등 구체적인 지명이 시 제목이자 시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김종의 시에서 고향과 장소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관계와 기억, 윤리와 향기를 품은 살아 있는 인물처럼 기능한다.
일상의 사소한 사물들이 우주적 상상력으로 도약하는 시선도 이 시집이 지닌 남다른 매력이다. '바다'에서 장마통에 쭐쭐해진 미역 몇 가닥이 날 좋은 날 빨랫줄에 널리는 순간, 온 집안이 '바다행세'하는 존재로 변모한다.
이번 시집은 '김종의 시는 우주고 생명이고 사랑이다'라는 문단의 평가를 받는 그의 시 세계가 한층 농축된 형태로 펼쳐지는 '사유의 도록'이자 오랜 세월 시와 함께 살아온 한 시인이 보인 조용한 인생 보고서라 할 수 있다.
김종 시인은 197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일본 동지사대학 외국인교수를 지냈다. 국제펜한국본부간행위원장과 '펜문학' 편집주간 및 편집인, 광주문인협회장으로 활동했다. 신동아 미술제 대상을 수상한 화가이자 대한민국동양서예대전 초대작가와 한국추사서예대전 초청 작가를 지낸 서예가이다.
kanjo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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