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러 왔다'더니…매물 소개 듣던 중 강도 돌변 [사건의재구성]
도박 채무 해결 위해 계획 범죄…도주 중 경찰 따돌리기도
법원 "반사회적 범죄" 규정…1심 징역 5년→2심 징역 7년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집 좀 보여주세요."
작년 4월 18일 오후 6시 22분 A 씨(38)는 전남 순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문을 두드렸다. 중개보조원 B 씨(60대·여)는 늦은 시간임에도 손님을 반갑게 맞았다.
B 씨는 곧장 A 씨가 임차하고 싶다는 주택으로 안내했다. 한창 매물을 소개하던 B 씨 눈앞에 흉기가 다가왔다.
"돈 내놔."
일터가 지옥으로 바뀐 건 순식간이었다. 범인은 강도로 돌변한 A 씨였다.
매물을 구한다는 A 씨 말은 거짓말이었다. 도박 등으로 1억 원 넘는 빚을 가진 A 씨는 대체로 여성 홀로 일하는 부동산 중개업 직원을 노리고 사전 답사를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A 씨는 흉기와 테이프 등을 미리 준비한 상태였다.
A 씨는 격렬히 저항하는 B 씨를 마구 때렸다. 무차별 폭행에 B 씨 갈비뼈가 골절됐다. A 씨는 고통 속에 2차례 기절한 B 씨를 결박했다.
A 씨는 B 씨의 휴대전화와 현금, 신용카드를 빼앗은 뒤 그의 승용차까지 훔쳐 타고 범행 장소를 벗어났다.
B 씨는 A 씨의 폭행에도 생명을 잃지 않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의 도주 경로 추적이 시작된 사이 A 씨는 장소를 옮겨 B 씨 은행계좌에서 현금 인출을 시도하다가 5번의 비밀번호 오류로 미수에 그쳤다.
A 씨는 B 씨 신용카드로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웠고, 같은 날 오후 8시엔 편의점에서 음료·담배를 구입했다.
A 씨는 B 씨 차량을 특정해 검문을 요구하는 경찰관들을 따돌리고 부산 방면으로 향하는 등 도주극을 벌였지만, 결국 경남의 한 휴게소에서 긴급 체포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강도상해,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A 씨 범행을 '반사회적 강도'로 규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도박 등으로 채무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막연히 범죄행위를 통해 이를 해결하기로 결심했다"며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고 대담하게 실제 강도 범행의 실행에 나아갔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상 업무를 수행하던 중 피해자가 됐다. 외부에 구조를 요청할 수 없는 빈집에서 건장한 성인 남성으로부터 극심한 폭행과 협박을 당한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 정신적 충격은 쉽게 헤아리기 어렵다"며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재판부는 "절도 당한 물건들은 모두 압수돼 반환됐고 피고인이 초범이지만, 범행 동기·수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불량해 원심의 형은 너무 가볍다.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A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이 같은항소심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고 상고하지 않아 2심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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