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잔혹하고 비겁한 아버지 [사건의재구성]
2억 채무 고민…아내·두 아들 태우고 바다로 돌진
'공포심'에 홀로 빠져나와…1심 무기징역→2심 징역 30년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결석 한번 없던 학생인데 연락이 닿질 않아요."
지난해 6월 2일 경찰서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광주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출석하지 않았는데, 학생은 물론 부모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였다.
경찰은 즉시 휴대전화 위치 추적에 나섰다. 그 결과 위치는 전남 진도항 인근으로 파악됐고, 마지막 신호가 잡힌 시간은 1일 오전 1시 12분이었다.
해경은 일가족이 탄 차가 바다로 추락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특수구조대를 비롯한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수중 수색에 나섰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수색작업 끝에 경찰은 조수석에서 50대 어머니, 뒷좌석에서 고등학생인 두 아들을 발견했다. 숨은 이미 끊어진 상태였다.
해경은 시신을 수습하며 차도 인양했다. 그러나 차 어디에서도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해경은 수색을 계속했지만 아버지를 찾을 수 없었다.
이유가 있었다. 애초에 그는 물속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지 모 씨(49)는 2일 오후 9시 9분쯤 진도항이 아닌 광주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지 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 씨는 진도항 선착장 인근에서 승용차를 바다로 빠트려 고교생인 두 아들을 살해한 뒤 홀로 20분을 헤엄쳐 육지로 나왔던 것.
육지로 나와 방황하던 그는 119 신고 대신 형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 지인의 차를 타고 광주로 도망쳤다. 이후 경찰이 파악한 지 씨의 범행은 상상을 초월했다.
두 아들은 '가족여행'을 떠나자는 지 씨의 말을 순순히 믿었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행복감에 젖어 있던 아이들에게 지 씨는 수면제를 탄 피로해소제를 건네며 계획대로 범행을 이어갔다. 지 씨는 두 아이가 라면을 먹는 사이 음료에 수면제를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들이 잠들자, 지 씨는 아이들을 태운 뒤 곧장 진도항으로 이동, 차를 그대로 빠트렸다.
법정에 선 지 씨는 "카드사 등에 2억 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세상에 남겨질 두 아들이 짐을 지는 것보단 같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잠든 아이들은 뒷좌석에 있었고, 아내와 함께 수면제를 먹었다. 하지만 물에 빠지니 공포심이 들어 (홀로)빠져나왔고 이후엔 방황했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울분을 참지 못했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 박재성 재판장은 "가족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혼자 살겠다고 빠져나왔다. 신고만 했어도 아이들이 살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라며 "빚 때문에 아들들과 지병이 있는 아내가 짐만 될 것이라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지, 인간으로서 본성마저 의심하게 되는 끔찍한 생각이 든다"며 선고 내내 눈물을 집어삼켰다.
그는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는 응분의 철퇴를 내리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원칙을 증명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가족에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10대 아들들의 생명까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고 오인해 가족 전체의 삶을 훼손했다"며 "이런 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고 우리 사회에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증거관계를 볼 때 피고인이 반사회적 동기로 범행을 저질렀다고까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가족을 살해했다는 죄책감과 깊은 후회 속에 평생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무겁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피고인과 검사 모두 상고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징역 30년형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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