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제약 뇌물수수 혐의' 전 국공립병원장 무죄…"대가성 인정 안 돼"

"병원 '약품 성분'으로만 처방…특정 제약사 선택 못 해"
"의약품 판매 촉진 관련 없이 호텔비 등 향응 받아"

광주지방법원./뉴스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고려제약의 대규모 의료계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전남 한 국공립병원의 전 병원장이 뇌물수수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병원장이 향응을 받은 것은 맞지만, 국공립병원의 의약품 처방 절차를 고려하면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22일 의료법 위반·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남 모 국공립병원의 전 병원장인 A 씨(63)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병원장은 고위급 공무원으로 분류된다. A 씨는 해당 혐의로 직위해제된 상태다.

A 씨는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고려제약 판촉사원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호텔비를 대신 결제받는 등 463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지난해 4월부터 의사 1000여 명이 고려제약 불법 리베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현금이나 가전제품과 같은 금품, 골프 접대 등 다양한 리베이트가 제공됐으며 규모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씨가 고려제약 판촉사원 B 씨와 C 씨를 통해 직무 관련성이 있는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A 씨 측은 공소사실은 인정하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는 돈'이라고 반박했다.

A 씨 측은 "해당 병원은 입찰 방식으로 의약품을 구매하고 원내처방을 내린다. 의사는 특정 성분명으로만 처방할 뿐 특정 회사 제품을 처방할 수 없어 직무 연관성이 인정될 수 없다"며 "해당 대리 결제 등은 친분이 있는 지인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다퉜다.

재판부는 각종 증거자료를 종합할 때 A 씨가 호텔비 등 향응을 받은 것은 인정했다. 그러나 뇌물수수 혐의 자체는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해당 병원은 의약품을 처방할 때 어떤 의약품을 처방할지, 납품할지 등을 결정하지 않고 '약품 성분'으로 처방을 내린다"면서 "의약품 처방과 관련해 도매상이 어떤 의약품을 구매해 납품할지 결정권을 갖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의약품 판매 촉진과 관련 없이 호텔비 결제 등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피고인에게 뇌물 또는 고려제약 의약품 판매 목적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