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의 섬, 세상의 별 ⑲] 금호도(金湖島)

주변 바다가 호수처럼 아름다운 김양식의 '金섬'
묵재의 '관해정'·김시랑의 '조대'와 '몬스타 엑스' 채형원

편집자주 ...'보배섬 진도'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보배'가 많다. 수많은 유·무형문화재와 풍부한 물산은 말할 나위도 없고, 삼별초와 이순신 장군의 불꽃 같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하지만 진도를 진도답게 하는 으뜸은 다른 데 있다. 푸른 바다에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섬 들이다. <뉴스1>이 진도군의 254개 섬 가운데 사람이 사는 45개의 유인도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대항해를 시작한다.

금호도 선착장에서 바라본 금호마을. 지붕들이 하나같이 노란 금색이다. 2026.1.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진도=뉴스1) 조영석 기자 = 금호도는 진도군 고군면에 속한 섬으로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의신면 소속의 모도와 짝을 이루고 있다. 0.7㎞ 떨어져 있는 두 섬 사이에 금호도 소속의 '고깔섬'(상변도), '처진 고깔섬'(중변도), '독꼬깔섬'(하변도) 등 세 개의 무인도가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건너편 회동항에서 보는 고깔섬들은 세 점의 말줄임표가 되기도 하고, 한 점 마침표가 되기도 한다.

모도는 초평항에서, 금호도는 회동항에서 도선이 출항한다. 행정구역이 다른 탓이다. 뱃길과 달리 '신비의 바닷길'은 회동에서 모도로 이어진다.

회동항에서 본 금호도(왼쪽)와 모도. 2026.1.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초평항에서 모도를 오가는 도선 '모세호'는 하루 4차례, 회동항에서 금호도를 오가는 '금다리호'는 5차례 운항한다. 두 섬 모두 10여 분 남짓 소요된다. 진도군에서 낡은 도선을 교체, 지난 2021년 6월1일 진수식을 갖고 첫 운항을 시작했다.

금호도(金湖島)는 섬 주변의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고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대동지지(大東地志)'에는 금도(金島)로 표기돼 있다. 삼별초 항쟁 당시 시랑 김연(金鉛)이 들어와 살았다고 해서 그의 성(姓)을 따 '김(金)씨 섬'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지명의 이런저런 근원이 금(金)에서 연유하다 보니 마을의 지붕도 모두 노란 금색으로 빛난다.

마을 주민이 마을 앞 도로에서 물김을 말리고 있다. 2026.1.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2025년 기준 32가구 56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김 양식을 위해 채용한 외국인 근로자가 30여 명에 달한다. 10여 가구의 김 양식 어가에서 평균 3~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금호도의 김 양식은 멸치나 톳, 미역 등을 밀어내고 주 소득원으로 자리했다. 김값이 좋은 시절에는 1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가구도 있을 만큼 김은 금호도의 금맥이 되고 있다.

두 섬 사이에 금호도 소속의 '고깔섬'(상변도), '처진 고깔섬'(중변도), '독꼬깔섬'(하변도) 등 세 개의 무인도가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건너편 회동항에서 보는 고깔섬들은 세 점의 말줄임표가 되기도 하고, 한 점 마침표가 되기도 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김 생산지인 마로(만호)해역이 금호도와 인접하고 있다. 진도와 해남 어민들이 김 양식에 따른 어업권을 놓고 오랜 분쟁을 이어왔던 해역이다. 갈등은 지난 2024년 두 지역이 어업권을 나눠 쓰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해남군수협이 오는 2030년까지 전체 면적의 80%를 진도군수협으로부터 빌려 쓰는 조건으로 매년 2억 원씩 지급키로 했다.

금호도 앞바다의 김 양식 배들이 수평선을 가득 채우고 있다. 2026.1.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마을 초입, 마을회관을 겸하는 경로당과 복지회관 앞에 팽나무 세 그루가 금호도의 세월을 지키며 늙어가고 있다. 그중 경로당 앞 팽나무는 1998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둘레 2m, 수령 400년'이라는 표지판이 아니더라도 금호도의 최고령을 짐작케 한다.

한발 비켜서 나란히 마주 보고 있는 두 그루 팽나무도 고목이 되어가고 있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이에 미치지는 못해, '보호수 팽나무'의 2세대쯤 될성싶다.

금호마을 경로당 옆에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400년의 팽나무가 마을의 역사를 지키고 있다. 2026.1.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오산초등학교 금호도분교장이 마을 위 산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1946년 금호도국민학교로 개교했으나 1982년 향동국민학교 금호도분교로 편입된 뒤 2000년 3월 1일 오산초등학교 금호도분교로 교명이 변경됐다. 20년 전인 2015년 5명의 학생이 재학하며 명맥을 잇고 있었으나 2018년부터 휴교상태다. 금호도분교는 회칠한 '이승복' 상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문구와 함께 남아 학교를 지키고 있다.

삼별초 항쟁 당시 시랑 김연(金鉛)이 들어와 살았다고 해서 그의 성(姓)을 따 '김(金)씨 섬'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지명의 이런저런 근원이 금(金)에서 연유하다 보니 마을의 지붕도 모두 노란 금색으로 빛난다.

금호도초등학교 26회 졸업생인 이장 채종학 씨(64)씨 "당시에는 70명이 넘는 학생들로 학교가 가득 찼다"고 기억했다.

금호도분교 옆에는 묵재(黙齋) 정민익 선생이 조선 말기 서당을 개설, 아이들을 가르쳤던 관해정(觀海亭)이 자리하고 있다. 관해정은 현장경험을 강조하는 사자성어 '관해청도(觀海聽濤)'에서 따 온 말로, 멀리 해남에서도 학생들이 유학을 올 만큼 유명했다고 전해온다.

금호도분교. 휴교상태다. 2026.1.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조선의 사립학교와 대한민국의 공립학교가 시공을 넘는 현장의 역사로 함께 남아있다. 서당 내부의 훈장실과 교실로 쓰이던 대청은 유리창으로 막아 보존되고 있으나 서당의 바깥 출입문은 비바람을 견디지 못해 삭아 무너지고 있다.

관해정 옆 '묵재(黙齋) 정 선생 행장비'에는 '흥학(興學)에 심혈을 기울이니 향당(鄕黨)의 부노(父老)들이 깊이 감동경복(感動敬服)하여 이에 보수(報酬)하려 하나 공은 문신불애전(文臣不愛錢)이라 극구사양 하매…'라고 기록하고 있다.

관해정 위에 묵재를 기리는 '묵재사'가 있다. 마을 공동주관으로 매년 정월 초엿새날에 제사를 지냈으나, 현재는 마을에 살고 있는 나주 정(丁)씨 후손들이 제사를 지낸다.

서당 '관해정'. 해남지역에서도 유학생이 올 정도로 유명했다. 휴교상태인 금호도분교 옆에 있다. 2026.1.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금호도에는 묵재 정민익과 함께 또 한 명의 유명한 인물이 있다. 삼별초 항쟁 당시 이곳에 들어와 살았던 시랑 김연이다. 그는 배중손의 삼별초가 여몽 연합군에 의해 패주할 당시 금호도로 몰래 들어와 평생 낚시를 하며 살았다.

금호도의 이름이 그의 김(金)씨 성에서 유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마을 앞 갯바위에 그가 낚시를 하며 세월을 보냈다는 '김시랑 조대(釣臺)'가 있었으나 물량장 공사를 하면서 없어졌다.

금호마을지도 벽화. 2026.1.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마을 주민 양재복 씨(71)는 "김시랑은 삼별초에 의해 고려 조정에서 포로로 납치되어 온 정4품의 문신 벼슬아치 신분이었다"며 "김시랑 가묘 터가 랑(浪)골에 있었으나 13~14년 전에 해남에 살고 있는 후손들이 발굴해 갔다"고 했다. 그룹 몬스타 엑스 멤버 겸 배우 채형원과 판소리 명창 채수정의 고향이기도 하다.

섬을 둘러볼 수 있는 봉오산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마을 입구에서 시작해 봉오재 정상(88m)을 돌아 다시 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다. 야트막한 봉우리 정상에 서면 남동쪽으로 확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인근 섬 모도에서 바닷길이 열릴 때, 치 끝에 솟는 물기둥의 장관은 금호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된다.

깔끔하게 정비된 금호마을 안길. 2026.1.2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마을에 칡샘과 새섬이 있었다. 칡샘물은 고사나 제사 등을 지낼 때 정한수로 쓰고, 아랫샘인 새섬물은 동네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했다. 지금은 회동저수지의 물을 수로관을 이용해 바다 밑으로 끌어와 식수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2024년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으로 선정돼 5년간 50억 원을 지원받는 어촌 뉴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마을 돌담길을 헐어내고 벽돌담을 높이 쌓아 빈집과 골목길을 정비했다.

구불구불하던 자드락길이 곧게 뻗은 신작로로 바뀐 듯 정리된 마을이 깔끔 하지만 섬마을의 정겨움도 함께 정비된 듯, 아쉬움이 남는다.

kanjo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