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공부하다 무너졌을 수도…이런 식 공사 현장 거의 없어"
광주대표도서관 매몰된 형…"완전한 부실공사"
철근 업무 두 동생 "기초공사 부실, 설계 미비가 원인"
- 최성국 기자,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박지현 기자 =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 매몰된 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는 5형제 중 3명이 모두 수십년간 철근 공사 현장에서 근무했다.
매몰자는 철근 업체 경력이 50년에 달했고, 두 동생은 모두 30년 넘게 철근 관련 업을 이어왔다.
가족 넷째인 고대석 씨는 "공사 현장 관계자가 방금 브리핑에서 시스템 비계를 콘크리트 타설 이후 설치한다고 말해 너무 화가 난다"며 "수십년간 철근공으로 일했지만 시스템 비계가 없는 현장에서는 일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매몰된 형에 대해 "형은 일을 좋아하고 많은 사람에게 존경 받는 분이었다"면서 "빨리 구조돼서 좋은 데로 가시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니까 콘크리트 더미에 맞아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고 씨는 "만약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데 건물이 무너졌을 수도 있다.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공사 현장의 시스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인 고성석 씨도 30년 넘게 공사 현장에서 근무해왔다.
전날 밤 형의 소식을 듣자마자 경기도 용인에서 광주로 내려온 성석 씨는 "사고 당시 CCTV를 봤는데 1층에서 일하던 7명 중 5명은 왼쪽으로 달려가 살았다. 영상을 보면 오른쪽으로 피하려던 사람은 떨어지는 콘크리트 더미에 직격했는데 그게 우리 형인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저도 공사를 하는 사람이다. 도착시간이 전날 밤이어서 잘 몰랐는데 오늘 오전 현장을 보고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현장은 옥상부터 지상 2층, 1층, 지하 1층이 겹겹이 무너져 내린 가로 48m, 폭 20m 규모의 총 2층짜리 콘크리트 더미와 철골 구조물을 안정화하는 소방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성석 씨는 "현장을 둘러보면 안전 불감증이 가득하다. 저도 현장을 돌아다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공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밤새 영상을 분석하던 그는 사고 원인으로 기초 공사 부실과 설계 미비를 꼽았다.
성석 씨는 "사고 현장은 기둥과 보가 전체적으로 쓰러졌다. 데크플레이트만 뚝 떨어지는 일은 있어도 저런 식의 붕괴는 거의 되지 않는다. 이건 완전한 부실시공이고 안전불감증이다"고 말했다.
특히 "붕괴된 데크가 48m짜리인데 큰 지지대가 양 끝단에 하나씩 밖에 없다. 기둥간 거리가 너무 멀도록 설계가 돼 있다. 중간에 기둥이 없다보니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건설업계가 세계 6위인데 아직도 50위보다 못한 것 같다는 느낌만 든다"고 했다.
전날 오후 1시 58분쯤 광주대표도서관 건설 현장에선 건물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4명이 매몰됐다.
이 가운데 A 씨(47)는 사고 당일 오후 2시 19분쯤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매몰자 B 씨는 같은 날 오후 8시 13분쯤 숨진 채 수습됐다. 나머지 2명은 정확한 매몰 위치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광주대표도서관은 총 사업비 516억 원을 투입해 광주시 종합건설본부가 발주하고 구일종합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옛 상무소각장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2022년 9월 착공, 2026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약 1만 1286㎡ 부지에 지상 2층, 지하 2층 규모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건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현재까지 공정률은 약 73%다.
대표 시공사였던 홍진건설의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 공동도급사가 잔여 공사를 승계하는 과정에서 공사가 3개월간 미뤄졌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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