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3년 만에 광주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2000여명 참여…500m 거리 두고 반대 집회엔 1000여명 맞불
'무지갯빛 절대평등' vs '지옥불, 회개하라'…충돌 없이 마무리
- 서충섭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3년 만에 다시 광주에서 열린 퀴어축제가 교회 신도 등의 반대집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29일 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동구 금남로 일대서 제4회 광주퀴어축제를 개최했다. '무등-무지갯빛 절대평등'을 주제로 한 이번 축제는 50여개 단체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2022년 코로나19로 잠정 중단된 이후 3년 만에 열렸다. 조직위는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자 했던 때로부터 18년이 지났지만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심장, 인권의 도시인 광주가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최초의 앨라이 도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개최 취지를 밝혔다.
연대 단체들의 부스 35개가 금남로를 따라 마련됐고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다양한 굿즈를 판매했다. 무지갯빛으로 물든 무등산 정상비도 등장해 '인증샷' 장소로 활용됐다. 행사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부정적 의도의 촬영을 의식한 주최 측은 취재진에도 무지개 스티커를 부착할 것을 권고했다.
오후 4시부터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단체 깃발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5·18민주광장을 출발한 참가자들은 천변을 거쳐 금남로공원을 지나 다시 5·18민주광장까지 2㎞ 구간을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혐오 가고 사랑 오라, 사랑하게 해달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축제장으로부터 500m 떨어진 금남로 4가에서는 보수 개신교 신도들로 구성된 광주·전남 차별금지법제정반대시민연합이 퀴어축제 반대 집회를 열었다. 1000여 명이 모인 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주장하며 퀴어 축제 행렬보다 앞서 행진을 시작했다.
퀴어축제 찬반 단체의 행진 경로가 일부 겹쳤으나 시간차를 두고 행진하면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도 광주동부경찰서장이 현장에서 상황을 지휘하는 등 양측 충돌을 대비해 경력을 배치했다. 일부 퀴어반대집회 회원이 '동성애 축제, 지옥불 떨어진다, 회개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접근했으나 대화경찰이 곧바로 투입돼 충돌을 막았다.
퀴어축제 주최 측은 이날 오후 7시까지 축제를 이어갈 계획이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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