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진위 밝혀진 것 없다"…'창조론' 교재 사용하는 광주 종교계 학교
문정복 의원 "종교 교과서 균형성 갖춰야"
"기독교 외 다른 종교도 균형 잡힌 태도로 가르치고 있어" 반박
- 서충섭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광주 한 기독교계 고등학교가 종교 수업용 교재로 '창조론'을 강조하는 책을 활용, 종교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광주교육청은 지난해 '2025학년도 적용 학교장 개설 인정도서심의위원회'를 통해 '종교와 생활', '종교와 공동체', '현대사회와 종교' 3권을 인정 도서로 승인했다.
심사에는 8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했는데 이 중 4명은 교원자격증을 갖고 종교계 학교에서 교목(敎牧)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도서들은 광주 한 기독교계 A 고등학교에서 종교 수업에 활용해 온 교재였는데, 교육과정 변경에 따라 재인정을 받기 위해 신청한 것이었다.
문 의원실은 도서에 담긴 편향적 표현들을 지적했다. '현대사회와 종교' 도서 첫 단원인 '창조와 진화'에는 "지구에 관한 신비는 인류의 가장 큰 궁금증이었다. 신의 창조로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종의 기원'에서 말하듯 진화된 것인지 어느 것 하나 진위가 밝혀진 것이 없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창조론자들은 하나님이 모든 생명을 창조했다 가르치고 진화론자들은 자연발생했다고 가르친다. 과연 어느 대답이 옳은 것일까"라고 했다.
창조론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유전 정보가 모든 생물의 세포 속에 있다는 것은 그 정보의 지혜를 가진 창조주가 있음을 명백히 나타낸다"고 했다.
'종교와 생활' 도서는 수업 목표로 '종교의 다양성과 차이를 이해한다'고 제시하면서도 "특정종교(그리스도교) 경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시민의식을 함양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불교와 이슬람교 등 타 종교에 대해서는 '세계의 종교'라는 식으로 요약하는 반면 기독교에 대해서는 "보다 나은 사회의 형성과 시민성 함양에 필요한 지혜를 담고 있다", "현대 사회의 주요 문제에 대해 공적 역할을 수행할 책임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헌금'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책은 "헌금은 하나님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내게 베풀어 주신 물질로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것", "헌금은 신앙인의 응답적 행위"라고 했다.
인정 도서는 기존 국정도서나 검정도서를 대체하거나 보충하기 위해 교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활용되는 교과용 도서다.
A 고등학교는 '삶과 종교'와 '진로와 직업'으로 교양수업을 택일해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학생 대부분이 종교 수업을 선택한다는 입장이다.
문정복 의원은 "교과서 인정도서는 교육의 중립성과 학생들의 종교적 자율성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며 "교육 당국은 종교 교과서가 균형성을 갖추고 다양한 관점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절차와 기준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A 고등학교는 종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비판이라고 맞섰다. 이 학교 측은 "한국사도 한국 관점에서 다루는데 종교계 학교가 해당 종교 관점에서 다루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기독교 외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태도로 가르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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