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시인, 해양생태시집 '바다가 우는 방식' 출간

"생태파괴, 미학적 형상화…한국시단의 괄목할 만한 성취"

전숙 시인의 '바다가 우는 방식'시집 표지('시와사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광주=뉴스1) 조영석 기자 = 해양 오염, 특히 플라스틱 문제를 중심으로 문명의 이기적 병리 현상을 폭로하며, 생태파괴를 미학적으로 형상화한 시집이 발간됐다.

전숙 여류 시인의 해양생태 시집 '바다가 우는 방식'이 '시와사람'에서 나왔다. 인간의 탐욕으로 훼손된 바다의 고통을 신체적·윤리적 감각으로 전이시키며, 생태윤리와 생명 공동체의 회복을 갈구하는 시집이다. '생태 리얼리즘 시학'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는 문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바다가 우는 방식', '바다의 혀', '바다 경전' 등 3묶음으로 나뉘어 실린 50여 편의 시들은 언어의 섬세한 감각과 시적 상상력, 사회적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며 환경과 삶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김종 시인이 '기괴한 역전의 이미지로 바다가 더 이상 제 기능을 못 하는 절망적 현실을 신체의 뒤틀림으로 고발하고 있다'는 그의 표제 시 '바다가 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세수하다 거울을 보니 얼굴 자리에 엉덩이가 붙어있어요/ 엉덩이에서 하루 치의 반성이 쏟아져요/ 몇 년 전부터 해결하지 못한 플라스틱 숙변도 섞여 있어요/ 비명도 못 지르고 플라스틱에 질식한 바다/ 몸부림치던 비명이 엉덩이로 다시 태어났어요//(중략) / 한때 철썩이며 사랑하고 번성했던 저 육체는/ 이제 거꾸로 뒤집힌 반어법/ 바람이 일없이 발길질을 해대도 비명도 못 지르는 검은 침묵/ 언로가 막힌 통증은 역주행을 택했어요/ 엉덩이로 비명을 지르기로 한 거죠/ 전속력으로 역주행하는 거울 속의 자화상이 보여요/ 음식이 독일 때도/ 먹는 일이 길의 방식일까요' -시 '바다가 우는 방식' 일부

김종 시인은 "이번 시집은 바다라는 생태적 타자의 시선을 통해 인간이 스스로에게 저지른 폭력을 기록한 '플라스틱 세대의 참회록'이며 동시에 종말 이후에 생명의 빛이 다시 깨어나리라는 희망 찾기로 오늘의 한국시단에서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루었다는 생각이다"고 평했다.

전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살아있는 것들은 다 아름답다/ 살아가는 목숨들은 다 갸륵하다/ 굽이마다 숨겨진 십자가는 살아낼 힘이다/ 기도는 살아가야 할 바람의 은유다// 달팽이도/ 민들레도/ 크릴새우도// 죽을힘으로 살아줘서// 바다만큼 고맙다// 하늘만큼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전숙 시인은 2007년 계간 '시와사람'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고운 최치원문학상, 펜문학상, 백호임제문학상, 광주문학상, 시와사람 시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시집은 '나이든 호미'. '눈물에게', '아버지의 손', '꽃잎의 흉터', '저녁, 그 따뜻한 혀' 등에 이은 여섯 번째 시집이다.

김종 시인이 시집의 제자 및 표지화를 그렸다. 김 시인은 197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원로 시인으로, 신동아 미술제 대상을 수상하고 대한민국동양서예대전 초대작가를 지낸 화가이자 서예가이다.

kanjo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