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말의 양심조차 잃어버린 듯"…재판부가 골프장 질타한 이유(종합)
잔디 관리 위해 농어촌용수 6천톤 무단 사용…1심 벌금 천만원
피고인, 불복 항소…곡성군 "확정판결 후 추가 조치"
- 최성국 기자, 김성준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김성준 기자 = '골프장 잔디 관리'를 위해 무단으로 농어촌용수 6000톤을 끌어다 쓴 골프장 업체와 직원들이 검찰 약식 명령보다 무거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피고인들은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관리 주체인 전남 곡성군은 원상복구 명령을 업체가 불이행했다며 확정판결 이후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지법 형사7단독 김소연 부장판사는 공용물건손상, 농어촌정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주식회사에 벌금 1000만 원, 회사 간부 B 씨(51)와 직원 C 씨(65)에게 벌금 각각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소연 부장판사는 "가뭄 위기가 심각하게 닥쳐오는 광주·전남과 그 인근 농촌의 현실을 무시한 채 골프장 잔디 관리에 엄청난 물을 끌어 다 쓰고자 저지른 범행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가 돈을 들여 정리를 했으니, 우리가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피고인 측의 최후 진술을 듣고 있자면 법적인 유·무죄를 떠나 일말의 인간적 양심조차 잃어버린 듯하다"고 비판했다.
B 씨 등은 지난해 7월 13일부터 같은 해 8월 중순까지 전남 곡성군청이 관리하는 지하수 관정(농업생산 기반시설 3급)의 수중펌프를 무단 교체했다. 이후 골프장은 이 관정에서 약 6000톤의 농어촌 용수를 끌어다 무단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이들은 골프장 잔디에 물을 주기 위해 별도 관로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관정은 1979년 만들어진 곡성군 소유로, 가뭄 대비 등을 위해 폐공되지 않은 상태였다.
광주와 전남은 2022년부터 2023년 7월 초까지 극한가뭄을 겪다가 7~8월 내린 비로 제한급수 위기를 벗어났다.
이들은 지난해 5월 16일 곡성군청이 관리하는 장옥을 몰래 철거한 혐의도 있다. 장옥은 관정(우물)을 보호하는 건물이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곡성군은 골프장 측에 원상복구명령을 내렸으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끌어 다 쓴 물의 양이 상당한 점, 원상회복 의지를 보인 바 없는 점, 여전히 잔디관리를 위해 물을 끌어 다 사용하고 있다면 그 물의 양은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측 골프장이 누리는 이득에 비해 약식명령상 벌금은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해 벌금액을 증액한다"고 판시했다.
피고인 측은 원심판결에 불복, 즉각 항소했다.
곡성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행정명령이 이행되지 않았고 장옥은 철거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며 "관정은 사용되지 않는 상태로, 항소심 결과에 따라 원상복구명령 등을 추가적으로 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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