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응원' 오다 교통사고…경찰차 타고 딸에게 도시락 건넨 엄마

광주 시험장 곳곳 가족·교사·후배 응원전
수험표·도시락 두고 와 재입실하기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오전 광주시 교육청 26지구 제21시험장인 광주 서석고등학교에서 이정선 교육감이 한 수험생이 친구를 응원하고 있다. 2025.11.13/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이승현 박지현 기자 = "수능은 끝이 아닌 시작이니 모두 결실 이루길 바란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3일 오전 7시 광주시교육청 26지구 제39시험장인 광주 서구 상일여고 앞.

해가 뜬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둑한 교문 앞에 교사 6명이 분주히 응원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저마다 손난로와 간식 꾸러미 등을 챙겨 교문 앞으로 서서 잠시 뒤부터 하나둘 나타나는 수험생들을 향해 두 손 모아 응원했다.

서강고 이예진 교사는 "서강고에서만 약 30명이 이곳에서 시험을 본다"며 "3년 동안 우리가 쌓은 노력이 결코 배반치 않을 테니 시험 부담 내려놓고 실력 발휘하길 바란다. 수능은 끝이 아닌 시작임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시 20분쯤 시험장 앞에 수험생들이 몰려들자 곳곳에서는 가족들과의 인사와 응원이 전해졌다. 수험생들은 친구들끼리 교문 앞에서 셀카를 찍으며 추억을 남기기도 했다.

장덕고 송하은 양(18) 아버지 송종영 씨(47)는 "딸이 꼭 희망하는 대학의 무역학과에 합격할 만한 성적을 내길 바란다"며 "수능이라고 크게 부담 갖거나 신경쓰지 말고 늘 하던 대로 잘할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친구를 응원 나온 학생도 있었다. 심명서 양(18) 단짝인 정수빈 양(18)은 "저는 수능을 안 보지만 친구가 정시 준비를 해서 이른 아침부터 함께 왔다"며 "너무 긴장하지 말고 시험 잘 보길 바라고 오늘 끝나고 기분 좋게 노래방도 가고 스티커 사진도 찍게 잘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자 곳곳에서 소소한 해프닝도 있었다. 수험표를 두고 간 동생을 위해 교문 앞에서 수험표를 전해주는 언니가 있는가 하면 신분증을 두고와 아버지가 건네주는 수험생도 있었다.

오전 8시4분쯤 경찰차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한 정은주 씨(58·여)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교문 앞에서 딸에게 다급히 도시락을 전달했다.

딸이 시험장 안으로 다시 들어가자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눈물을 글썽이던 정 씨는 "대구에서 딸 수능 때문에 응원하려고 오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다. 긴장이 돼서 아픈지도 모르겠다"며 "딸이 광주체고에서 수영을 한다. 운동한다고 공부한다고 고생 많았을 딸이 오늘 최고로 잘 해내길 바란다"고 김현나 양(18)에게 응원을 보냈다.

2026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3일 광주시교육청 26지구 제33시험장인 동구 전남여고 앞에 수험생들이 들어서고 있다. 2025.11.13/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같은 시간 제21시험장인 광주 서석고에서도 시끄러운 응원전 없이 선생님들이 학생을 포옹으로 격려하는 모습이 보였다.

수험생들은 두터운 점퍼에 주머니에 손 넣고 굳은 표정으로 시험장에 들어갔다. 차에서 내린 어머니가 '잘 하고 와'하면 아들은 대답 대신 도시락 통 들어보이며 인사했다.

학부모 이은아 씨(55·여)는 "우리 집에서 9년 만의 수능이다. 둘째는 수능을 안 봐서 이번이 막둥이 시험이다"며 "황금돼지해라서 수능 시험자가 많다고 하니 더 떨린다. 엄마 생일이 3월이니 모르면 3번 찍으라고 농담했는데 아무쪼록 시험 잘 보고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33시험장인 광주 동구 전남여고 앞에서 만난 박미선 씨(46·여)는 딸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는 "둘째인데 여전히 떨린다. 딸이 아침에 밥을 잘못먹어서 소화 잘 되라고 토마토 스튜 도시락을 싸왔다"며 "수시도 넣었지만 정시를 노려서 제가 같이 떨린다. 엄마도 수험생 리듬으로 살았던 한 해인데 좋은 결실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2026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은 광주 40개 시험장에서 13일 오전 8시 40분부터 일제히 시작된다.

광주서는 40개 시험장에서 1만 7731명이 올해 수능에 응시한다. 지난해보다 974명 늘어난 숫자다.

수험생 입실은 오전 8시 10분까지 완료해야 한다. 감독관이 입실해 유의사항을 전달하고 컴퓨터용 사인펜을 배부한다.

휴대전화와 스마트워치, 태블릿, 전자담배, 블루투스 이어폰 등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은 1교시 시작 전에 제출하지 않으면 부정행위로 처리된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