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항 창고 화재 나흘째…시민들 "숨도 못 쉴 지경"

인근 주민들 "매스껍고 창문도 못 열어"
환경운동연합 "주민 건강 세밀한 진단 필요"

지난 13일 오전 8시 38분쯤 전남 광양시 도이동의 한 폐자재 보관창고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나흘째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전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양=뉴스1) 서순규 박지현 기자 = "어제, 그제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어요. 정말 큰일 난 줄 알았어요."

전남 광양항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한 지 나흘째인 16일.

창고에서 3~4㎞ 떨어진 광양시청 인근 도심은 매캐한 냄새와 뿌연 하늘 아래 불안에 휩싸였다.

시청 앞에서 만난 박정아 씨(50·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제, 그제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오늘은 좀 나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타는 냄새가 코를 찔러 역겹다"며 "더운 날씨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게 일상이 됐다"고 토로했다.

화재 현장에서 수㎞ 떨어진 곳까지 퍼지는 악취에 시민들은 두통, 구역감,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낀 채 지나다닌 사람들이 늘었고, 상가는 창문을 걸어 잠근 채 영업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중마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 모 씨(43)도 "세탁물에 연기 냄새가 밸까 걱정돼 창문을 닫고 영업한다"며 "세탁소는 청결이 생명인데 요즘은 손님 눈치가 보인다"고 토로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또 다른 상인도 "냄새 때문에 하루 종일 머리가 지끈거리고 손님도 예전보다 훨씬 줄었다"며 "장사가 안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게 얼마나 갈지 몰라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불이 난 곳 인근에는 초등학교를 비롯해 신혼부부가 다수 거주하는 공동주택 단지가 밀접해 있다.

백양국 광양환경운동연합 대표는 "바람의 방향이 달라질 때마다 주민들로부터 매스껍다는 민원전화를 다수 받는다"며 "인근에는 초등학교도 있어 어린이들이 매연을 맡으며 등·하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전남 광양시 도이동의 한 폐자재 물류창고에서 불이 나 연기가 나고 있는 모습.(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양시는 대기질 악화 우려에 15일 전남도 환경보건원과 함께 이동식 측정 차량을 투입해 유해물질(VOC)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는 '이상 없음'으로 확인됐지만 시민들은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백 대표는 "불이 언제 잡힐지도 모른다. 주민들은 냄새를 계속 맡아도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불안에 떨고 있다"며 "전남도나 영산강환경유역청은 주민들의 건강권을 고려해 세밀한 검사를 진행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소방 당국은 13일 오전 8시 38분쯤 전남 광양시 도이동의 한 폐자재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를 나흘째 진화하고 있다.

해당 창고는 철골조 단층 등 5개 동 총 1만 1220㎡ 규모로 내부에는 톤백(대형 포대) 4000개 분량의 금속성 미분 폐기물이 쌓여 있었다.

금속성 미분 폐기물 특성상 열이 쉽게 식지 않고 산소가 공급되면 다시 불이 붙어 진화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광양시는 '유해 화학 물질이 불검출됐지만 중금속 포함 여부는 분석 중이다. 분진과 매연 확산 우려에 따라 창문닫기, 외출자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주민들에게 발송했다.

지난 13일 오전 8시 38분쯤 전남 광양시 도이동의 한 폐자재 보관창고에서 불이난 소방당국이 나흘째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전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