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녹화 중심 산림정책 그만…산림경영 활성화해야
윤병선 숲속의전남 자문위원장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치산녹화를 통해 황폐했던 산을 푸르게 되살렸다. 그러나 이제 산림정책은 단순한 녹화의 시대를 넘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은 '회복과 공존'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숲을 가꾸고 활용하며 국민 안전을 지키는 정책적 노력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산주와 임업인을 위한 실질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세제와 제도적 한계는 산림경영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현행 산지관리법은 보전산지에서 임업 활동을 위한 산지전용이 엄격히 제한돼 경제적 이익을 얻기 어렵고, 준보전산지 역시 경사도·수관밀도 등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산림농업, 산림축산, 혼농임업 같은 다양한 활용 방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산주는 소득을 내기 힘들어 숲을 방치하게 되고, 이는 산림의 공익적 기능마저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규제의 부담만큼이나 시급한 문제는 세제다. 농업에는 다양한 세제 혜택이 적용되지만 임업은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있다. 상속세·증여세·양도세 감면은 보전산지로 한정돼 있어 일반 산지를 가진 산주는 세금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경영체로 등록된 산지라도 보유세 면제 혜택이 없어 관리 비용은 늘어난다. 임업인이 숲을 지켜내려는 의지를 꺾는 구조다.
반면 독일, 영국, 핀란드, 캐나다 등 산림 선진국은 젊은 세대의 진입과 가업 승계를 돕기 위해 과감한 세제 완화책을 도입했다. 독일과 영국은 농지·임지 상속에 100% 세금 면제를 적용하고, 캐나다는 아예 상속세 자체가 없다. EU는 40세 미만 청년에게 직불금과 세금 감면을 제공해 청년 임업인을 유입시키고 있다. 우리도 배워야 할 대목이다.
산림르네상스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산주의 권리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을 보장하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세제 감면 대상을 확대하고, 경영체 등록 산지에는 보유세 면제 혜택을 부여해 임업인의 재정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소득세 체계 개선이 필요하고 산림재해 대비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선택형 직불금 도입이나 규제 완화, 자율성 보장도 필요하다.
산림은 단순히 나무가 자라는 공간이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이자 미래 자원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산주와 임업인의 권리가 제약된 구조에서는 숲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렵다.
"산주의 주권 회복"이라는 구호가 공허한 외침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으로 구현돼야 한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때 우리 산림은 진정한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뿐 아니라 산주와 임업인의 자발적인 참여, 그리고 국민적 관심이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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