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258일…"10세 손녀 생일인데 촛불만 남아"

유가족들, 전남경찰청 앞 집회…"수사지연·무책임 규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60여 명이 12일 오전 전남 무안군 전남경찰청 앞에서 전담조직 신설과 수사지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News1 박지현 기자

(무안=뉴스1) 박지현 기자 =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우린 알고 싶습니다"

작년 12월 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후 258일이 지난 12일 오전 전남경찰청 정문 앞. '왜 179분이 돌아오지 못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는 문구가 적힌 파란색 옷을 입은 참사 희생자 유가족 60여 명의 오열과 절규가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당국의 수사 지연과 책임 회피를 비판하며 "책임자 구속 수사하라" "전담 수사팀 신설하라" "수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선 9월이 생일인 희생자 16명이 호명됐다. 유가족들은 이들을 추모하며 떡 케이크의 촛불을 불었다.

참사로 가족 5명을 잃은 조모 씨는 유가족을 대표해 편지를 낭독하며 오열했다.

그는 "258일 전 우리 가족 5명이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했다"며 "손녀는 오는 15일이 10번째 생일이다. '신비아파트'를 사달라던 아이였는데 오늘 그 아이는 이 자리에 없다"고 울먹였다.

조 씨는 "참사 후 하루도 눈물 없이 보낸 날이 없다"며 "도대체 누가, 왜, 무엇 때문에 이 아이와 우리 가족을 죽음으로 몰았는지 알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는 "생일을 축하하지도, 축하받지도 못하는 9월은 남겨진 우리에게 고통의 시간"이라며 "정확히 잘못한 자를 찾아내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60여 명이 12일 오전 전남 무안군 전남경찰청 앞에서 전담조직 신설과 수사지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9.12/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성명을 통해 경찰의 수사가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9개월 동안 단 1명의 책임자도 구속되지 않았다. 전남경찰청이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유가족은 거리에서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며 지위 고하를 막론한 책임자 수사 착수, 독립적 조사 역량 확보, 국민 대상 수사 과정 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31명을 입건했으며 추가 압수수색도 준비 중"이라며 "관련자 조사와 법리 검토를 통해 혐의 입증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은 집회 이후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도 관련 진상조사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이날 민주당 전남도당도 찾았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