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 끝 얻은 쌍둥이 살해한 엄마, 무슨 사연
임신 26주 만에 출산…장애 우려·남편 비난에 살해
법정서 "모든 게 제 잘못" 눈물…검찰 "1심, 너무 가벼워"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초미숙아로 태어난 생후 7개월 쌍둥이를 순차적으로 살해한 40대 친모가 항소심에서 '아이들의 장애 가능성과 극심한 육아 스트레스'를 범행 동기로 주장했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는 26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친모 A 씨(44·여)에 대한 항소심 변론 절차를 종결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8시 30분쯤 전남 여수시 한 아파트에서 생후 7개월 된 쌍둥이 자매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범행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이른바 '참작 동기 살인' 유형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든 피해 아동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도 "피고인은 배우자로부터 질타를 받아 극단적 우울감에 빠졌던 것으로 보이고 정신적인 불안 상태가 범행으로 이어지는 등 무관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로 이어진 이날 재판에선 피고인 심문이 이뤄졌다.
A 씨는 유산을 거쳐 시험관 시술 끝에 쌍둥이를 가졌지만 아이들은 26주 만에 600g 미만의 초미숙아로 태어났다.
병원 3곳을 거쳐 서울의 한 병원으로 이송된 아이들은 4개월간 집중치료를 받았다. A 씨 부부는 일주일에 2~3차례 병원을 찾는 등 정성을 쏟았고, 아이들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A 씨는 통원 치료 과정에서 의사로부터 아이들이 영구 장애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남편의 공격적인 언행이 겹치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끼게 됐다.
실제 A 씨는 출산 후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A 씨는 "장애로 인한 사회적 시선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고 있다. 아이들이 그런 고통을 받을까 봐 두려웠다"며 "반면, 남편은 전혀 육아를 도와주지 않았고 '남들도 다 하는 데 왜 못하냐'며 항상 비난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아이들을 시설에 맡기겠다'고 하자 그동안의 헌신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상황이 산후우울증과 겹쳐 몸과 마음이 무너졌다"고 부연했다.
결국 A 씨는 다른 방에 있던 아이 2명을 질식시켜 살해했다.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에 자수했다.
이 같은 A 씨의 진술에 검찰은 "부모에겐 아이들의 목숨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설령 피고인이 말한 모든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아이들을 살해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런 식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아동 살해가 끊이질 않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검찰은 "1심의 징역 8년이 무겁다고 항소를 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원심의 형이 너무(적어 오히려) 개탄스럽다"고 재판부에 거듭 중형 선고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아이 돌봄을 도와줄 다른 사람은 없었느냐", "교도소에서 아이들이 생각나지는 않았느냐" 등을 질문했다.
A 씨는 최종 진술에서 "눈을 뜨고 감을 때마다 아이들이 생각난다. 이름을 부르는 것도 죄스럽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라며 "누구보다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한 제 진심만은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A 씨 남편은 "모든 게 제 잘못인 것 같다. 아이 엄마는 항소할 생각도 없었다. 제가 항소를 하자고 해서 여기에 서 있는 것"이라고 A 씨를 감쌌다.
항소심 재판부는 9월 16일 오후 2시 A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연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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