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예술의전당, '친일 가곡' 논란에 프로그램 부랴부랴 교체

조두남·윤해영 가곡 '선구자', 김동진 '가고파' 2곡 제외
수십 년 전 '친일 논란' 불거졌지만…전당 측 "몰랐다"

광주예술의전당이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친선음악회를 기획하며 친일음악가 조두남의 ‘선구자’와 김동진의 ‘가고파’가 포함된 공연을 기획했다가 논란이 되자 두 곡을 공연에서 제외했다.(광주예술의전당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광주예술의전당이 주한일본대사관 후원으로 마련한 한일친선음악회에 친일 논란이 제기된 가곡을 올리려다 비판이 일자 부랴부랴 교체했다.

광주예술의전당 측은 해당 가곡을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에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해당 가곡은 수십 년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곡이라 전당 측이 최소한의 '친일 논란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지역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광주예술의전당은 9월 3일 대극장에서 여는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한·일 친선음악회에서 조두남의 '선구자'와 김동진의 '가고파'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문제는 해당 가곡이 친일 논란이 불거진 곡이라는 점이다. '선구자'는 친일인사로 분류돼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작사가 윤해영과 작곡가 조두남이 만든 노래다.

당초 '선구자'는 일송정과 해란강 등 만주 지명이 나오고 '말 달리던 선구자'란 가사로 항일운동을 하던 독립군을 묘사한 노래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해영이 1932년 일제가 세운 만주국의 최대 친일단체 간부로 활동하며 만주국을 위해 일하는 이를 선구자로 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가가 달라졌다.

조두남도 만주작곡가협회서 활동하며 징병제를 찬양하고 군가풍 가요를 보급했다.

광주예술의전당이 주한일본대사관과 마련한 친선음악회 연주곡 중 ‘선구자’와 ‘가고파’ 두 곡이 친일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른 노래로 대체됐다. 위는 바뀌기 전 공연 일정.(독자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가고파'의 작곡가 김동진도 만주국에서 일제 침략전쟁을 옹호했다는 비판을 받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 앞서 그가 작곡한 경기도와 안산시 등 지자체의 도가(道歌)와 시가(市歌) 사용이 중단된 바 있다.

이달 15일 경기 부천 복사골문화센터 아트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음악회에서도 '선구자'가 포함됐다가 친일 논란이 일자 공연을 앞두고 다른 곡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부천 공연 논란과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 등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광주예술의전당은 내부 회의를 거쳐 프로그램을 급하게 변경했다.

해당 가곡을 둘러싼 논란은 20년 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알려졌으나 광주예술의전당 측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광주예술의전당 측은 "지난 5월 기획 단계에서는 그저 유명한 가곡으로만 알았고 '선구자'도 독립운동가를 뜻하는 것으로 알고 한일 행사에 사용하려 했다"며 "뒤늦게 확인해 보니 오래전부터 논란이 제기된 노래였으나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친일 논란에 휘말린 노래는 제외하고 행사를 진행할 방침"이라며 "일본대사관 측이 해당 가곡의 공연을 제안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