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달용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展…"잊혀진 존재들 위한 기억"

대형회화부터 소품 40여점…9월3일까지 브리티갤러리

허달용 작가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브리티 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뉴스1

(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한국 사회의 구조적 침묵과 잊혀진 존재들에 대한 애도를 회화로 풀어낸 전시가 펼쳐진다.

허달용 작가의 초대 개인전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가 9월 3일까지 광주 서구 브리티갤러리에서 열린다.

신작을 포함한 대형회화부터 소품까지 40여점을 선보인다.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는 구약성서 속 예언자 예레미아에서 영감을 받았다. 멸망 직전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비탄의 노래를 불렀던 예레미아처럼, 작가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현대의 예루살렘'으로 바라보며 고통과 침묵의 무게를 화폭에 담았다.

허달용 작가는 "나는 지우고 있지만, 결코 잊지 않았다"는 말로 이번 전시의 핵심을 설명한다.

작품은 흰색과 검은색의 강렬한 대비 속에서 전개되며 일부는 원색의 흐름과 손가락으로 그려낸 표현이 특징적이다. 회화가 단순한 시각적 재현을 넘어 '몸으로 말하는 기록'임을 암시한다. 화면 속 흰색은 단순한 공백이 아닌 '말소된 진실'이며 작가의 손끝은 그것을 지우고 드러내는 양날의 도구로 작동한다.

타이틀 작품 속 '노란 고래'는 작가가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완성한 그림이다.

허 작가는 "역사는 반복되지만, 고통은 언제나 새롭다"며 "예레미아의 통곡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닿아 있다"며 "고발도 예언도 아닌, 기록으로서 탄식을 예술가로서 슬픔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한 사람의 다짐을 작품에 담았다"고 했다.

김태희 브리티갤러리 대표는 "이번 전시는 단지 회화의 물성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보지 못했는가에 대한 시각적 질문을 던진다"며 "침묵 속에 잊혀진 존재들을 위한 기억의 장치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hancut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