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1번지' 도약 꿈꾸는 천년고찰 장흥 보림사
국보 2기·보물 8기 보유…"누구나 찾는 사찰정원 조성"
- 박영래 기자
(장흥=뉴스1) 박영래 기자 = "초중고 학생들의 인기 있는 수학여행지로 한번 가꿔봐야죠."
17일 뉴스1과 만난 천년고찰 전남 장흥 보림사 주지 정응 스님. 그는 수행에 전념하며 불교의 이치를 좇는 '이판승'(理判僧)의 기본 역할에, 땅을 일구거나 절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판승'(事判僧)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작년 5월 주지로 부임한 그는 사찰 시설을 보수하고 매각됐던 사찰 주변 옛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지자체 등을 찾아다니며 보림사 재건 작업에 한창인 상황이다.
조계종 총무원이나 큰절을 찾아 금전적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주지 몫이다. 오는 10월엔 대규모 산사음악회도 열어 보림사를 전국에 알리는 기회로 삼을 예정이다.
그는 한국 불교 선종의 종가인 보림사의 명성과 권위를 회복시켜 세계 속 사찰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실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구산선문 종찰 가지산 보림사'는 국보 2기와 보물 8기를 보유하고 있는 천년고찰이지만, 수십년 쇠락을 이어오면서 그 역사와 규모에 비해 민망할 정도로 찾는 이 없는 절간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 사찰은 통일신라시대 구산선문(신라 말기부터 고려 초기까지 중국 달마의 선법을 이어받아 그 문풍을 지켜 온 아홉 산문) 중 하나인 가지산문의 본산으로 남·북 3층 석탑 및 석등과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등 국보 2기, 동승탑, 서승탑, 보조선사창성탑, 보조선사창성탑비 등 보물 8점이 있다.
6·25 전쟁 땐 외호문과 사천문만 남고 모든 전각이 전소됐으나, 이후 중수·복원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곳의 불상과 탑은 건립 연대가 확실해 9세기 후반 선종사 연구뿐 아니라 불교미술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특히 보림사 사천왕상은 현존하는 천왕문 목조사천왕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서 임진왜란 이전의 것으론 유일하다.
이처럼 보림사는 중요 국가 유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그동안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정부(국가유산청)가 예산을 지원하는 상주 경비인력 지원도 받지 못했다.
정응 스님은 전남도와 장흥군 등 지자체와 연계한 사찰 주변 정비사업 등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보림사 뒤쪽 가지산엔 수령 300년이 넘은 비자나무 5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청태전'이라고 부르는 발효 녹차가 신라시대에 보림사에서 처음 재배됐다는 기록이 세종실록지리지, 경세유표, 동국여지승람 등에 적혀 있다. 정응 스님은 이를 활용한 사찰 정원도 조성할 계획이다.
정응 스님은 "보림사의 제2 부흥기를 이끌어 보겠다"며 "보림사가 활력을 되찾고 이를 통해 장흥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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