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도시 광주' 아로새긴 전국 최초 인권테마역사 17년 만에 철거

김대중컨벤션센터역 인권테마역사, 계약 종료·원상복구
유지·보수 문제로 '존치' 대신 '철거'…역사 뒤안길로

전국 최초 '인권테마역사'로 조성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역에서 인권 관련 조형물들이 철거되고 있다. 2025.8.13/뉴스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김태성 최성국 기자 = '인권도시 광주'를 아로새긴 전국 최초의 '인권테마역사'가 17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3일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사무소는 이달부터 광주 서구 지하철 김대중컨벤션센터역에서 '광주인권테마역사 철거 및 원상복구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역 전면을 채웠던 인권 관련 조형물들과 작품들을 일괄 철거하는 공사다.

국가인권위와 광주시는 인권친화적 도심 조성을 위해 지난 2008년 MOU를 체결, 전국 최초로 김대중컨벤션센터역을 광주 인권테마역사로 조성했다. 세계인권선언 제60주년을 기념하는 개관이었다.

지자체와 중앙 행정기관이 인권이라는 개념으로 추진한 최초의 공동 사업이다. 사업 추진에 따라 김대중컨벤션센터역은 전국 지하철역 중 최초로 상설 전시관이 세워졌다.

광주시와 광주교통공사는 역사 공간을 제공하고, 광주사무소는 분기별로 지하철 이용객과 지역 반문자들의 인권 인식을 제고하는 다양한 전시회를 마련하는 식으로 이곳을 '대중적 인권의식 홍보의 장'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인권테마역사는 5·18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이었던 올해 5월 한달간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제로 한 기획 전시회를 끝으로 운영이 종료됐다.

마지막 전시 작품은 '10대가 꼭 알아야할 세계의 민주주의' 도서 원화와 이를 바탕으로 구성된 자료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과 전문가 용역조사 등을 토대로 인권테마역사에 대한 후속조치 방안을 종합 검토한 끝에 지난해 말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인권위와 광주교통공사는 기존 조형물과 전시물을 유지·보수할 주체를 찾기 힘들고 예산 문제, 컨텐츠 최신화 등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테마역사를 존치 대신 철거키로 했다.

광주인권사무소는 '테마역사 운영 중단 시 원상복구'라는 MOU 내용에 따라 벽면과 바닥 등의 조형물들을 철거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관계자는 "내년 개원을 목표로 경기도 용인특례시에서 인권교육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며 "인권 관련 체험과 교육 등 기능을 교육원에 흡수시키려는 차원에서 광주 테마역사 운영 종료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7년 간 시민들 옆을 지켜왔던 테마역사가 철거되는 건 안타깝지만 인권위와 광주시는 앞으로도 인권 관련 캠페인 등 '인권도시 광주'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