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침수에 도배·장판 다 걷어내…"이젠 비가 무섭다"

광주 신안동 '3차 폭우' 대비 분주…침대 위로 가재도구 옮기기도
"홍수 방어벽이 피해 키웠다" 지자체 상대 민사소송 준비

이틀간 최대 120㎜의 비가 예보된 6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이 홍수 방어벽을 바라보고 있다. 2025.8.6/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빗소리만 들어도 불안해요. 이젠 비가 무섭네요."

이틀간 최대 120㎜의 비가 예보된 6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에서 만난 조향순 씨(85·여)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곳은 보름 새 2번의 폭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수해 복구작업은 제대로 시작도 못했는데 또다시 많은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조 씨 미간은 잔뜩 찌푸려졌다.

방안 벽지에는 어른 허벅지 높이만큼 빗물이 찼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미처 뜯어내지 못한 빗물을 머금은 벽지는 곰팡이꽃을 틔워 악취까지 풍겼다.

또 폭우…"도배·장판, 그림의 떡"

흙탕물로 범벅이 됐던 장판은 다 걷어내 시멘트 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계속된 비에 새로 도배·장판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조 씨는 "빗소리만 들어도 불안하고 이제는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6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에서 한 주민이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이불 등을 침대 위로 올리고 있다. 이 주민은 지난달 집중 호우로 집이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2025.8.6/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침수 피해를 입은 임엽순 씨(69·여)도 비 소식에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장판 하나 없이 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방안에서 이불과 옷가지 등 살림살이를 침대 위로 쉴 새 없이 옮겼다.

지난 집중호우 당시 겨우 건져내 세탁한 것들이다. 장롱과 냉장고, 서랍장 등을 다 버린 뒤라 이것만은 잃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풍겼다.

임 씨는 "조금이나마 높은 침대 위로 올리면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6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에서 작업자들이 홍수 방어벽의 투명 아크릴판을 제거하고 있다. 2025.8.6/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방어벽 구멍' 긴급 조치에 "쓰레기 막히면 무용지물"

마을과 인접한 서방천 일대에선 홍수 방어벽의 아크릴판 제거작업이 한창이었다.

보름 새 두 번의 침수 피해 원인으로 주민들이 홍수 방어벽을 지목하면서 지자체가 긴급조치에 나선 것이다.

용봉천과 만난 서방천의 물이 빠져나갈 길목을 방어벽이 막아 신안동이 침수됐다는 것으로, 이들은 지자체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배수를 위해 방어벽 하단 콘크리트 부위에 급히 구멍을 냈지만 주민들은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종준 씨(60)는 "수없이 방어벽 철거를 요구했지만 큰 피해를 보고 나서야 한다는 조치가 지름 200㎜의 임시 배수 구멍"이라며 "쓰레기가 모이면 저 크기는 바로 막혀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한다"고 설명했다.

광주시와 북구는 주민간담회를 갖고 서방천 제방의 옹벽 배수구 15~20개 신설과 신안철교 교각 4개 제거, 하수관로 분산 검토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광주·전남은 6일과 7일 이틀 동안 30~80㎜, 많은 곳은 120㎜ 이상 비가 예보됐다. 남북으로 폭이 좁고 동서로 긴 강수대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지역이 좁아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