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서 폭염에 숨진 80대 2명, 온열질환 통계 누락…'사각' 우려

병원 이송 안됐다고 사망 집계 제외…보상·지원도 못받아
전문가 "실제 피해 축소 효과…감시체계 전면 재정비 필요"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전남에서 7월 폭염 속 야외에서 숨진 80대 고령자 2명이 응급실 미이송에 따른 집계 제외로 인해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2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해남과 곡성에서 각각 발생한 두 사례는 모두 사망 원인으로 열사병이 의심됐지만 응급의료기관을 거치지 않아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집계에서 빠졌다.

전남 해남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 55분쯤 계곡면의 한 밭에서 쓰러진 A 씨(82)가 숨졌다.

배우자가 쓰러진 A 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지만 구급대원 도착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소방과 경찰은 발견 당시 A 씨의 체온이 41.1도 점 등을 고려해 열사병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했다.

A 씨는 이후 의료원으로 옮겨졌으나 시간이 지나 사망 원인은 '미상'으로 분류됐고 부검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해남에는 폭염 경보가 발효됐으며 낮 최고기온은 34도를 기록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병원 진료가 없었던 만큼 온열질환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9일 오후 1시 47분께는 전남 곡성군 겸면의 한 고사리밭에서 80대 여성 B 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밭일을 나간 뒤 연락이 닿지 않자 자녀가 이웃 주민에게 "현장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해 발견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는 B 씨의 체온이 40도를 웃도는 것을 확인했고 출동 의료진은 열사병을 사망 원인으로 추정했다.

사고 당시 곡성 지역은 폭염경보가 내려졌으며 낮 최고기온은 36.2도로 파악됐다.

하지만 B 씨 역시 응급실에 이송되지 않아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감시체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감시체계는 전국 500여 개 응급의료기관의 실시간 신고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응급실에 간 사람만 피해자로 인정하는 구조여서 현장에서 즉시 숨진 사례나 병원 진료를 받지 않은 사망자는 모두 배제된다.

현장 사망자나 병원에 이송되지 않은 온열질환자는 질병관리청 통계에서 제외되면서 실제 피해 규모가 과소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온열질환자는 각각 광주 38명, 전남 151명으로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ㅈ

전문가들은 이를 '숫자로 현실을 지우는 방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고령 농촌 주민은 야외에서 혼자 작업하다가 쓰러져도 즉시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응급실 미이송자가 통계에서 빠지면서 피해 규모가 현실보다 훨씬 작게 집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계 누락은 곧 정부 폭염 대응 정책과 재난보험 보상 체계의 허점으로 이어진다"며 "현재 감시체계를 전면 재정비해 정확한 피해 실태 파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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