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산단 오염 지하수 용역 2년간 '쉬쉬'…광산구, 왜 숨겼나

박병규 광산구청장 "보고 못받아"…석연찮은 해명
김영선 구의원 "자치구 위기대응 한계"

광주 하남산단 지하수 오염조사 결과 보고서 캡처./뉴스1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광주 하남산단 지하수에서 기준치의 수백 배에 달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용역보고서를 2년 동안 해당 지자체장이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행정 보고 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은 22일 열린 광산구의회 제298회 2차 본회의에서 김영선 의원이 농어촌공사 '하남산단 지하수·토양오염 조사 용역' 보고서 인지 시점을 묻자 "(올해)7월 14일 언론 보도 이후"라고 답했다.

용역이 2023년 6월 종료된 점을 감안하면 박 구청장은 2년간 관련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 체계가 명확한 공직사회에서 장기간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기강 해이로 직결될 수 있어 행정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현재 광산구에서는 2년 넘게 지하수 검사 결과가 묻힌 배경 및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감사가 진행 중이다.

농어촌공사 용역 최종 보고서에 환경부의 연구 결과를 반영해 후속 조치를 하도록 한 점을 근거로 관련 부서에서 2024년 12월 이 결과를 확인하고자 대응 등이 늦어진 것으로 파악했다는 게 박 구청장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환경부 산하 환경산업기술원이 하남산단 오염부지에서 진행한 '부지 특이성을 고려한 지중환경 조사·평가·예측 기술 현장 실증' 연구와 '지중환경 오염원인 규명을 위한 환경수사학 통합기술 개발' 연구 결과를 후속 조치에 반영하는 것은 필수사항은 아니다.

일부 실증시험을 중복하지 않아 예산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농어촌공사가 최종 용역 보고서에 명시했을 뿐 권고사항에 그친다.

게다가 최종 용역 보고서에는 오염 확산 방지 대책으로 양수처리, 투수성 반응벽체, 그라우팅 공법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이미 제시돼 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관련 심의 등이 지연돼 본래 계획보다 8개월 늦춰진 8월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시기에도 보고나 대책 마련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남산단·수완지구 지하수 오염 시민대책위원회가 16일 광주 광산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수 발암물질 오염을 방치한 광주시와 광산구를 규탄하고 있다. 2025.7.16/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김 의원은 "해당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는 것은 광산구 위기대응과 업무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박 구청장은 "문제는 문제대로, 계획은 계획대로 알리면서 단계적으로 처리했어야 했다"며 "환경부 연구 결과가 나온 이후에 문제를 처리하려 했던 건 불신을 키우게 된 과정이다. 작은 것이라도 그때그때 시민에게 알리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하남산단 지하수 토양 오염방지 대책 TF팀에 전문가를 투입해 진단을 토대로 향후 대책에 대한 방향을 잡고 행정에서는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광산구는 2020년부터 진행한 농어촌공사의 용역을 통해 하남산단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인 트라이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기준치의 최대 466배, 284배 초과한 것을 인지했지만 2년간 시민들에게 알리거나 후속 대책을 세우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