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 괴물폭우에 광주 '악몽의 하루'…도심 마비되며 공포에 떨어
역대급 호우에 시민들 망연자실…퇴근 포기도 속출
"가족들 가장 먼저 떠올라"…내일까지 300㎜ 물폭탄
- 김동수 기자,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김동수 박지현 기자 = "평생 못 잊을 '최악의 퇴근길'이 될 줄은 …."
하루 400㎜가 넘는 역대급 물폭탄이 쏟아진 광주의 하루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시민들은 하루 종일 빗발친 장대비와 천둥·번개로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였다. 퇴근길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도로에서 옴짝달싹 못하며 귀가를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광주 남구 행암동에서 광산구 장수동까지 출퇴근하는 회사원 박상구 씨(36)는 "퇴근길에 쏟아진 물벼락에 운전대를 잡기조차 겁났다"며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안전을 위해 차라리 인근 모텔방에서 하루를 보냈다"고 밝혔다.
평소 퇴근길 10~15분 거리를 2시간 이상 걸려 도착하기도 했다.
시민 김봉현 씨(36)는 "맨홀이 역류해 마치 화산처럼 솟구쳤고 도로 곳곳은 침수돼 마비 상태였다"며 "골목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다 도착했다"고 안도했다.
시민 김지현 씨(33·여)도 "차 안에 물이 잠기면서 급한 마음에 SNS 스토리에 즉시 공유했다"며 "다행히 창문이 열리면서 빠져나왔지만 '아이와 함께 타고 있었으면 어쩔 뻔 했나'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여수시민 박성환 씨(59)는 "광주에 출장을 갔다가 여수로 4시간 30분이 걸려 도착했다"며 "광주를 빠져나오는데 응급차와 소방차 사이렌 소리에 공포가 엄습했고 가족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고 했다.
도로와 상가 할 것없이 곳곳이 침수되고 도심 전체가 진흙탕에 뒤덮히면서 약속을 취소하는 일도 빈번했다.
대학생 이혜린 씨(24)는 "친구들과 '불목'을 보내려 했지만 역대급 폭우로 어쩔 수 없이 일정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시민 김용진 씨(36)도 "아침부터 비가 심상치 않아 가족들이 가장 먼저 떠올라 이른 귀가를 택했다"고 밝혔다.
항공·철도 등 교통이 마비돼 불편을 겪기도 했다.
김 모 씨(55)는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며 "비행기와 철도가 일부 정상 운행을 하지 않았고 3~4차례 교통편을 이용해 도착 예정시간보다 3시간 이상 소요됐다"고 토로했다.
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누적 강수량은 광주(운암동) 426.4㎜를 기록했다. 광주의 평년 7월 강수량이 294.2㎜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 만에 57%가 더 내린 셈이다.
광주 일 강수량은 1989년 7월 25일 335.6㎜였던 일 강수량 기록을 36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2위는 2004년 322.5㎜(8월 18일), 3위는 2020년 259.5㎜(8월 7일)이다.
광주의 시간당 최대 강수(76.2㎜)는 2008년 86.5㎜(8월 8일), 2020년 82.0㎜(8월 8일)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광주와 전남은 이날 낮부터 또 다시 비가 시작된다. 토요일인 19일까지 이틀간 예상 강수량은 100~200㎜, 많은 곳은 300㎜ 이상이다.
kd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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