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하남산단 지하수서 1급 발암물질 TCE·PCE 다량 검출"

기준치 최대 466배 초과…수완지구까지 오염 확산
농어촌공사 대책 주문했지만 행정당국 움직임 없어

광주 하남산단 지하수 오염조사 결과 보고서 캡처./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광주 최대 산업단지인 광산구 하남산업단지의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이 확인됐다. 인근 주거지역인 수완지구 경계부에서도 수질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이 확인돼 시민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농어촌공사의 '하남산단 지하수·토양오염 조사 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간 하남산단 전역에서 실시한 정밀 조사 결과 1군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물질은 국제암연구소(IARC) 지정 1군 발암물질로, 주로 탈지제나 금속 세척용 공업용 유기용제로 사용된다.

하남산단 전역 총 171개 지점에 지하수 관측정을 설치해 657개 시료를 채취, 분석한 결과 TCE는 117개, PCE는 67개 시료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구역별로는 H전자와 C기공 주변인 1~3 구역 내 오염이 집중됐으며 TCE는 최대 27.982mg/L, PCE는 최대 5.691mg/L가 검출됐다. 이는 각각 공업용수 수질기준(TCE 0.06mg/L, PCE 0.02mg/L)을 466배, 284배 초과하는 수치다.

이 구역은 하루 약 400톤의 지하수를 이용하는 레미콘 공장이 가둥 중이어서 오염수가 하남산단과 인접한 수완지구 주거지역으로 흐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4구역은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L사와 H사 주변 지역, 5구역은 H전자 2공장과 옛 G사 주변 지역이다.

하남산단 지하수 수질 기준 오염 농도가 높은 5개 존 위치도. 존 1은 하남산단 2~3번로, 존 2는 하남산단 1번로, 존 3은 하남산단 5번로, 존 4는 하남산단 5~7번로, 존5는 손재로 287번길. ⓒ News1 박준배 기자

오염이 확인된 5개 구역은 금속가공, 전자부품 제조, 도금 등의 업체가 오래 전부터 입주해 많은 폐기물과 오염물을 누출시켰을 개연성이 존재하고 일부업체는 현재도 금속가공, 전자부품 제조 등을 위해 TCE, PCE를 세정용 유기용제로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완지구 관측정 5곳 중 4곳에서 TCE가 최대 0.121mg/L, PCE는 최대 0.054mg/L로 생활용수 기준(TCE 0.03mg/L, PCE 0.01mg/L)의 2배에서 4배 이상 법정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2022년 하반기에는 환경단체 요구에 따라 수완지구 내 주거지역에 추가 관측정 14공이 설치됐으며 이 중 13개 공에서 TCE·PCE가 검출돼 오염 확산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농어촌공사는 보고서를 통해 주거지역에서 사용 중인 지하수 시설에 대한 사용 중지 행정명령, 그리고 시설 사용 중지에 따른 용수 공급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공사는 "하남산단 내 오염원이 지속해서 지하수층을 오염시키고 있으며, 오염 플룸(plume)이 주거지역 경계까지 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완지구 생활용 지하수 관정의 사용 중단과 함께 정밀한 추가조사와 정화 작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공사는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2023년 6월 광주시와 광산구에 제출했지만 행정당국은 여전히 후속 대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수완동 한 주민은 "지하수를 식수나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가정이 여전히 있는데도 아무런 고지 없이 오염 사실이 방치된 것에 분노한다"며 "즉각적인 사용금지 조치와 대체 급수 지원, 광주시 차원의 정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남산단은 1980년대 조성된 광주의 대표적인 국가산단으로, 전자·기계·금속 업종의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김영선 광산구의원은 "지하수뿐 아니라 토양과 대기 오염까지 포함하는 전방위적 환경 재조사와 책임자 규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nofatej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