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시장, 정례조회 중 '울컥'…"미안하고 고맙고"

취임 3년 소회와 쏟아지는 악재 속 복잡한 심경 토로
시장으로서의 고뇌·공직자들에 대한 미안함 복합 작용

강기정 광주시장이 1일 오전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례조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1/뉴스1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강기정 광주시장이 '7월 정례 조회'에서 취임 3년의 소회를 밝히던 중 감정이 북받쳐 올라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겹겹이 쌓인 부정적 이슈 속에서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강 시장은 1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7월 정례 조회에서 "오늘은 제가 취임해서 여러분을 만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며 "공직자 여러분, 그동안 고생 참 많으셨다"고 공직자에게 감사 인사를 먼저 전했다.

이어 "최근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특히 '대통령과의 타운홀미팅'의 후폭풍을 겪고서 처음엔 억울하고 섭섭한 마음이 컸지만, 차츰 '우리 공직자들도 억울하고 섭섭한 일이 참 많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제 앞에서 머리가 하얘져 당황하기도 했겠고, 차마 말 못 하는 속사정도 있었겠고, 직원과 동료 앞에서 면이 안 서는 순간도 여러 번 있었겠구나. 시장의 권위 때문에 반박하지 못하고 변명도 못 하고 바보가 되는 순간도 있었겠구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 점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해 미안하고, 그럼에도 묵묵히 따라 주어 고맙다"면서 잠시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이 대통령의 질문 공세에 당혹감을 느꼈던 강 시장이 역지사지로 공직자의 고충을 헤아린 것으로 보인다.

잠시 울컥하던 강 시장은 그동안 이태원 참사 명칭 변경, 야간 당직 폐지와 AI 당직기 도입, 가뭄 극복, 비상 경제 TF 회의, 배달의민족 독립운동, 광주경제 착착착, 광주방문의 해, 골목경제 상황실 운영 등을 통해 민생경제 위기에 적극 대응했음을 강조했다.

또 '국회, 광주의 날', 주간 여의도 집무실, 대선공약 서울상황실 등을 운영하며 대선 공약 반영과 국비 확보 등에서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자평했다.

지난 한 달여간 시정에 쏟아졌던 악재들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밝혔다.

강 시장은 "호남고속도로 확장 공사 논란, 시청 압수수색, 지방채 발행 논란, 버스 파업, 지하철 공사 지연, 대통령 타운홀 미팅 후폭풍 등 우리의 노력이 부정되는 악재들이 쏟아졌다. 무능한 시장으로, 준비 안 된 광주시로 한순간에 낙인찍히고 말았다"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성과도 냈는데 인정받지 못했다는 그 안타까움을 요즘은 저도 이해한다"고 토로했다.

강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광주 방문에 대해 "민주주의 승리와 이재명 정부의 탄생을 이끌었기에 칭찬과 감사를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군 공항 이전 TF 설치라는 큰 선물을 받았지만, AI 2단계 사업 예타 면제와 국가 AI 컴퓨팅센터 광주 유치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데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강 시장은 "저는 전 국민 앞에서 질타받았고, 여러분께도 참으로 미안한 순간이 됐다"면서도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치열했던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강 시장은 "시장 혼자 가는 열 걸음보다 여러분과 함께 가는 한 걸음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는 오늘 아침"이라며 공직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요 회의 횟수와 시간을 조절하는 등 일상의 변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강기정 시장의 이번 발언은 그간 시정에 대한 비판 여론과 맞물려 시장으로서의 고뇌와 공직자들에 대한 미안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 시장의 울컥하는 모습이 광주 시민과 공직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nofatej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