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살해·은폐 새우잡이배 선원들 '살인방조' 1심 무죄→2심 유죄
밥 굶기고 폭행·바닷물 뿌려…피해자 저체온증 사망
선장은 시신 바다에 유기…"신의성실 의무 저버려"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전남 신안 해상 새우잡이배에서 벌어진 '선원 학대 살해·은폐 사건'과 관련. 1심에서 '살인 방조죄'에 대한 무죄를 선고 받았던 동료 선원들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진환)는 19일 살인방조, 폭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선원 A 씨(59)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에서 살인 방조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고, 폭행 혐의로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던 선원 B 씨(51), C 씨(46)는 항소심에서 '살인 방조'에 대한 유죄를 받아 각 징역 3년으로 형량이 늘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30일 전남 신안군 흑산도 북동방 9~10 해리 해상에서 벌어진 50대 선원 살인 사건을 동조·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배의 40대 선장 D 씨는 피해자가 승선한 올해 3월초부터 사건 당일까지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 피해자가 작업에 미숙하고 동료 선원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그는 각종 둔기를 이용해 피해자를 무차별적으로 구타하고 선박에 구비된 동키호스(선박 청소 호스)로 바닷물을 뿌렸다.
반복적인 학대에 전신에 멍이 든 피해자는 천장도 없는 선미 갑판이나 어구 적재소에서 잠을 자야 했고, D 씨는 피해자에게 식사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사건 당일에도 D 씨는 피해자를 마구 폭행한 뒤 쓰러진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바닷물을 수차례 뿌렸다. 피해자는 수십분간 바깥에 방치되다 극심한 저체온 상태에 빠져 숨졌다.
D 씨는 숨진 피해자의 시신을 다음날 바다에 유기했다. 그는 피해자의 시신이 떠오르지 않도록 그물과 쇠뭉치를 엮었다.
A 씨는 구타를 당해 쓰러져 있는 피해자가 보기 싫다는 이유로 동키호스를 이용해 해수를 쏘고, 피해자를 선미로 끌고 가 20분 동안 방치했다. B 씨는 선장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를 바닥 청소용 솔로 씻기고 나체 상태로 만들었다. C 씨는 나체 상태의 피해자에게 물을 수차례 뿌려 급격한 저체온 상태에 빠지게 했다.
이들은 선장의 지시를 받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피해자를 반복적으로 폭행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소규모 선박 생활의 특수성, 피해자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할 때 D 씨의 살인을 용이하게 한 점이 모두 인정된다. 피고인들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구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선장의 질타가 두렵다는 이유로 살인을 방조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죄책이 매우 무겁다. 다만 형을 정하는 데 있어 범행 가담 정도 등을 종합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선장 D 씨는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도 징역 28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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