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해외 의존도 높은 재생에너지 공급망 강화해야"

단순 조립·설치 수준 벗어나 고부가가치 기술개발 시급
에너지공대 에너지정책연구소 "국가 전략 차원 재정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조감도(켄텍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2025.6.11/뉴스1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전 세계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놓이면서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재생에너지의 공급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제조 기반 확충을 들었다.

11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 에너지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패권 경쟁이 공급망을 중심으로 격화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투자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전 세계는 본격적인 '쩐의 전쟁'에 돌입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이런 흐름에 발맞춰 'K-에너지' 기치 아래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 분산형 에너지 체계 구축,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정부의 K-에너지 정책은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혁신산업 경쟁력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 전략을 담고 있으며, AI산업 육성과 에너지 전환을 기술 기반의 혁신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공급망은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국내 태양광 산업은 셀과 모듈 일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핵심 소재인 웨이퍼와 잉곳(원기둥 모양의 순수 실리콘 덩어리)은 여전히 중국에 대부분 의존하는 실정이다.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중국의 독점 구조가 강화되고 있으며,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수입 의존은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 등 외부 충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당분간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이 크다.

풍력 분야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국내 기술 경쟁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타워나 하부구조와 같이 일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있다 하더라도,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필수적인 대형 터빈, 블레이드, 타워 등 주요 부품의 상당 부분은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한국에너지공대 에너지정책연구소 윤재호 교수./뉴스1

켄텍 에너지정책연구소 윤재호 교수는 "K-에너지 비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튼튼한 기반이 필수적"이라며 "현재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재생에너지 공급망의 강화"라고 말했다.

공급망의 취약성은 부품과 소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테스트 및 인증 인프라, 전문 인력, 중소기업 생태계 등 전반적인 기반 역시 미흡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에너지 저장과 변환에 필수적인 소재·부품도 재생에너지 못지않게 공급망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다뤄질 필요성이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나 전략적 무역 갈등이 심화할 때 우리 산업 전반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에너지정책연구소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제조 기반 확충을 꼽았다.

윤 교수는 "태양광 웨이퍼와 잉곳, 고효율 셀 공정 장비, 풍력 핵심 부품 등에 대한 선제적 R&D와 대규모 투자 없이는 공급망 자립이 요원하다"며 "차세대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 탠덤 태양전지를 전략기술로 선정해 조기 상용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켄텍의 '에너지신소재 특화 플랫폼'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태양광기업 공동활용연구센터'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단순한 제조시설 유치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토양을 다지는 것도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의 핵심으로 들었다.

고급 인력 양성과 기술창업 지원, 테스트베드와 인증기관 확충 등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토양부터 튼튼히 다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교수는 "K-에너지의 완성은 결국 강건한 공급망에서 시작된다"며 "공급망이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 토대며 지속가능한 산업 전략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