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젖줄' 영산강에도 전두환 잔재…"44년간 지역 명소인 줄로만"
1981년 세워진 영산호준공기념탑의 기념판…전남도청 4㎞ 거리
전두환 기념물 잊혀…2018년에는 전남체전 성화 채화·출발지
- 서충섭 기자
(영암=뉴스1) 서충섭 기자 = '호남의 젖줄'로 불리는 영산강에 12·12 군사반란과 5·18민주화운동 학살 책임자 전두환의 잔재가 발견됐다.
전남도청과 불과 4㎞ 떨어진 이곳은 관광지나 전남체전 장소로 사용되며 아픈 현대사가 잊히고 방치되고 있다.
뉴스1 취재진이 지난 21일 찾은 전남 영암 영산호준공기념탑. 영산강 하구의 범람과 염해 피해를 막기 위해 1978년 고건 당시 전남지사 주도로 하굿둑 건설에 착공, 영산호의 완공을 기념하며 1981년 세워졌다.
기념탑 정면에는 1981년 12월 8일 열린 영산강하구언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의 기념사를 담은 기념판이 새겨졌다.
기념사는 '이제 대자연에 도전하여 이룩한 오늘의 성공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의 방방곡곡을 화기가 넘치는 복된 터전으로 가꾸기 위해 우리 모두 전진의 대열에 힘차게 나설 것을 당부하는 바입니다. 전두환 대통령각하 준공식 치사중에서'라고 적혔다.
기념판과 기념탑은 현재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방조제 부속시설로 등록돼 공무직 직원들이 1만㎡에 달하는 공원과 함께 관리하고 있다.
별도로 사적지로 등록된 시설은 아니나 1년에도 상당한 숫자의 행인이나 관광버스가 방문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영산호 하굿둑은 44년 간 광주·전남 시도민들의 견학지나 관광지로 애용돼 오면서 이곳 '전두환 기념탑'도 단지 지역 명소로만 이용돼 왔다.
심지어 지난 2018년 열린 제57회 전라남도 체육대회 당시에는 월출산 국립공원과 더불어 이곳 영산호준공기념탑에서 성화를 채화하는 등 전두환의 기념물이라는 인식은 잊혀 왔다.
12·12군사반란과 5·18민주화운동의 희생을 뒤로하고 대통령으로 취임한 전두환은 44년 전 이곳에서 "우리는 지금 정의로운 민주복지국가를 구현하기 위하여 모든 힘과 마음을 합쳐 건설의 삽질을 계속하고 있다"며 "우리가 건설하려는 복지국가를 향하여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며 집권을 정당화했다.
당시 5·18민주화운동 이후 1년 7개월 만에 열린 당시 준공식에는 전남도민들과 농업진흥공사 임직원들이 동원돼 태극기를 흔들거나 열중쉬어 자세로 도열해야 했다.
전남도청과 인접한 전남 한가운데서 전두환 잔재가 잊히고 방치된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전국 각지에서 전두환의 흔적을 미화한 산업화·군부대 기념물을 발굴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경훈 5·18기념재단 진실기록부 팀장은 "2020년 남극세종기지에서도 전두환 휘호가 철거됐는데 하물며 전남 한복판에 전두환 잔재가 남아 있다니 놀랍다. 즉각 철거돼야 할 시설물로 보인다"며 "5·18기념재단은 군부대 내 시설물을 포함한 전국의 전두환 잔재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제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한국농어촌공사는 전두환 기념판 관련 논의를 내부적으로 시작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44년이 지나면서 기념탑에 전두환 흔적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직원도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전두환 기념시설에 대한 전국 타 지자체들의 대응 방침을 참고해 내부적으로 처리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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